칼럼

평균적인 웹툰 사용자는 디자인 대상으로 적합할까?

김민오 | 2019-12-18 00:59

디자인을 할 때 디자인 대상을 선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디자인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문제 해결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UX 디자인에서는 이 대상을 정할 때 퍼소나를 많이 사용합니다. 퍼소나란 서비스 메인 사용자들의 서비스 사용목적, 사용 패턴, 나이, 성별 등 공통적인 특징을  취합하여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입니다. 이렇게 사용자들의 데이터로 만든 퍼소나를 디자인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은 얼핏 보면 매우 정확한 방법 같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토드 로즈의 저서 '평균의 종말'에서는 평균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만든 시스템은 실패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중요한 특징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섞여있어서 하나의 퍼소나로 일반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웹툰 서비스에서는 웹툰 선호도가 복합적인 요소를 가진 특징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웹툰 선호도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무료 웹툰 서비스를 매일 3년 넘게 사용했지만 유료 웹툰은 1화도 결제 안 한 사용자의 경우는 웹툰 선호도가 낮은 걸까요? 높은 걸까요?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은 하나의 퍼소나로 일반화 할 수 없습니다.



'체격이 좋은 사람'을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 (출처: 평균의 종말)

▲'체격이 좋은 사람'을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 (출처: 평균의 종말)



평균의 종말에서는 이와 관련된 예시로 1940년대의 미국 공군의 전투기 조종석 디자인을 언급했습니다. 1940년대의 전투기 조종석은 미국 공군 파일럿들의 신체평균 치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문제는 신체평균 치수라는 것이 복합적인 요소들이 섞여있다는 점이었죠. 신체평균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이 명확하지 않은 특징을 두고 당시 신체 치수는 엄지손가락 길이, 다리 길이, 눈과 귀 사이의 거리 등 140가지 항목으로 규정했고 4,000명 이상의 파일럿들에게 적용한 뒤 각 항목별 평균 값을 계산하여 신체 치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체평균 치수 중 모든 항목에서 평균치에 근접한 파일럿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모두에게 불편했던 조종석으로 인해 전투기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고 합니다. 훗날 이런 문제점을 발견한 미국 공군은 결국 신체평균 치수의 비합리성을 인정하였습니다. 이후 조종석을 다양한 신체 사이즈에 대응하여 좌석 위치나 팔걸이 길이 등을 파일럿이 조정할 수 있도록 새롭게 디자인 하였습니다. 현재의 자동차 좌석처럼 말이죠. 그 후로 전투기 사고는 줄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디자인 대상을 선정할 때도 이런 실수를 저지르진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웹툰 선호도, 경제력, 20~30대 사람 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을 취합하여 만든 하나의 퍼소나가 과연 많은 유료 웹툰 사용자들을 대변할 수 있을까요? 이 점을 늘 주의해야합니다. 자칫 미국 공군의 예시처럼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 하는 디자인을 할 수도 있으니깐요. 그럼 디자인 대상을 선정할 때 어떤 방법이 더 정확할까요?





퍼소나 스펙트럼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인팀 블로그)

▲퍼소나 스펙트럼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인팀 블로그)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사례로 세계 최대의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인 팀에서는 퍼소나 대신 퍼소나 스펙트럼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퍼소나 스펙트럼이란 서비스 사용목적, 신체상태, 사용환경 등 서비스 사용에 중요한 특징들의 범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웹툰 선호도의 경우 퍼소나 스펙트럼을 적용하면 무료 웹툰만 보는 사용자, 무료 웹툰도 보고 유료 웹툰도 가끔 보는 사용자, 유료 웹툰을 적극적으로 보는 사용자 등으로 범위를 규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경제력, 나이, 사용 기기 등 다른 특징들의 범위를 규정한 것이 유료 웹툰 서비스의 퍼소나 스펙트럼입니다. 이런 사용성 스펙트럼을 디자인 대상으로 선정하면 복합적인 서비스 사용 환경에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퍼소나 스펙트럼이 절대적인 정답이라는 생각을 해선 안 될 것입니다. 사용자를 둘러싼 환경은 항상 변하니까요. 저 역시 퍼소나 스펙트럼을 알기 전까지는 평균적인 사용자/퍼소나를 디자인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늘 내가 설정한 디자인 대상이 실제 웹툰 서비스 사용자들과 일치하는지 혹은 놓치고 있는 사용자들은 없는지 고민하고 연구해야할 것입니다. 이번 달은 여기까지 입니다.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토즈 로즈. 평균의 종말(정미나 옮김, 이우일 감수), (주)북이십일 21세기북스
Margaret P, Microsoft Design, medium.com/microsoft-design/kill-your-personas-1c332d4908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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