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복잡하게 얽힌 관계와 고수위의 절묘한 조화 '그녀 사용설명서'

박성원 | 2021-07-24 13:00

많은 수의 남성향 성인 웹툰을 읽다보면,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작품의 상향 평준화와 함께 소재의 다양성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리뷰어로서 종종 느끼게 됩니다. 퀄리티가 좋아진다는 것은 작화부터 캐릭터 메이킹, 전개의 완급조절 같은 부분을 말하는 것이고, 소재의 다양성이 늘어난다는 것은 말 그대로인데,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신선파격의 소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기보다는, 주로 다른 장르나 매체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남성향 성인계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그런 소재들이 잘 녹아들었다는 느낌입니다. '그녀 사용설명서'라는 19금 웹툰에서 긍정적인 발전의 표본과도 같은 인상을 받았는데요. 간단하게 살펴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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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줄거리는 플랫폼의 공식적인 내용 소개가 워낙 훌륭해서 갈음하겠습니다.

[s성향을 가진 승아는 귀여운 연하 남친 민웅이에게 매몰차게 차인다. 5년 후, 승아가 일하는 회사에 전남친 민웅이가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다! 몰라보게 남자다워져 돌아온 민웅이가 승아의 마음을 마구 뒤흔들어 놓는다. 한편, 승아를 짝사랑해 왔던 회사동료 지석. 승아를 둘러싸고 민웅과 지석, 두 남자의 경쟁이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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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소개만 놓고보면 전형적인 여성향 웹툰처럼 보이지요. 전남친의 회사 난입,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던 동기까지 더해진 삼각관계. 하지만 줄거리 소개와는 달리 이 작품이 여성향이냐 남성향이냐를 따져본다면,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비결은 인물들의 시점 변화가 상당히 절묘하고 밸런스가 잘 잡혀 있습니다. 그러니까, 명목상의 주인공은 분명 35살의 커리어우먼이자 s녀인 승아입니다. 큰 줄거리부터가 승아를 둘러싸고 연하의 전남친과 회사동료가 경쟁하는 구도니까요. 하지만 실제 전개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승아와 민웅, 그리고 지석까지 세 인물 중에 주인공처럼 비춰주는 캐릭터가 계속 변하는데, 그중에서 민웅의 비중이 꽤 많을 뿐더러 주연의 성비가 남2 여1이니까요. 작품을 직접 읽다보면 승아는 진주인공보다는 인물 묘사가 풍부한 히로인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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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핵심 히로인이 승아 혼자가 아니에요.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회사는 잡지사인데, 잡지에 등장하는 미인인 여자 모델이 여럿 있고, 그중에는 이 삼각관계에 깊숙하게 개입하는 캐릭터도 존재합니다. 제3의 존재감이 적지 않은 여자 캐릭터가 여성향 하렘으로 흐를 수 있는 설정과 분위기를 잘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요는, 여성향에서는 흔한 소재라고 해도 그것을 남성향 웹툰에 잘 녹여내는데 성공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특장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소재와 줄거리 소개, 그리고 작품 내적인 분위기의 확실한 괴리는 장르와 성별 성향을 넘나들어 소재를 차용한 작품의 의도가 분명히 성공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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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기본기도 탄탄한 편입니다. 진부하지만 작화는 우수한 퀄리티에 아주 개성 넘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도장찍기 성향도 거의 보이지 않고요.

캐릭터 메이킹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보기 드물게도 핵심 주연 한 명 한 명에 개성과 함께 입체적인 캐릭터를 살리려고 노력한 티가 엿보이는 작품입니다. 회차가 누적되면서 캐릭터가 성장하거나 변화하는 성인 웹툰은 정말로 흔치 않거든요. 특히 그 변화가 개연성도 갖추고 있고 너무 급작스럽거나 뜬금없지 않다는 데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캐릭터 자체의 개성이나 매력도 꽤나 준수한 편입니다.

여러모로 특장점과 더불어서 우수한 기본기로 무장하고 있는 수작입니다. 성인 웹툰을 즐겨보는 독자라면 누구나 일독을 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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