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배달의 신>, 날백수 신의 아들 배달부가 되다

박성원 | 2022-01-27 15:52

이야기는 야식 한 번 먹고 싶다는데 세상의 온갖 역경과 고난이 다 닥쳐오면서 울 것 같은 여자 등장인물과 함께 시작됩니다.

모처럼 친구를 만나서 맛집 닭갈비 식당에서 외식도 했고, 막국수까지 사이드로 시켜 먹었지만 아쉽게도 볶음밥을 마무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노래방에서 신나게 달리고 집으로 돌아오니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별안간 극심한 허기에 시달리게 됩니다..

야식을 시킬까 말까. 시킨다면 어디서 시킬까. 가게는 문을 열었을까.. 등 번뇌 끝에 결국 모든 걸 포기하고 잠들려던 그녀에게 시키지도 않은 음식배달이 도착합니다.

그것도 제일 먹고 싶었던 -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 먹지 않은 - 볶음밥이었죠.




자취생의 애환과 식욕과 양심 사이에 번민을 다루는 듯하던 작품은 자연스럽게 판타지로 본래의 장르를 드러냅니다.

독심술이라도 사용했는지 주문도 안 한 마음 속 먹고 싶은 음식이었던 볶음밥을 배달한 건 사실 평범한 배달기사 아니라 하늘에서 추방된 신의 아들 '달수'였습니다.

옥황상제 비스무리한 신을 아버지로 두고 있는 달수는 하늘에서 다이아 수저 날백수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던 모양인데요.

그런 아들을 더 이상 두고 보지 못한 아버지 갓은 달수에게 황천에서 알아주는 엘리트 셰프 '리사'를 붙여서 지상으로 추방합니다.



하늘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배달 오토바이(!)인데 이 오토바이의 연료는 사람들의 행복입니다. 사람들의 행복을 충족시켜서 연료를 채워야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셈이죠.

여기서 달수와 리사는 인간의 행복에서 맛있는 음식이 차지하는 매우 높은 비중과 리사의 요리 솜씨를 모두 고려하여 음식 전문 배달점을 차립니다.

참고로 이 오토바이는 하늘을 날아다녀요.



꽤나 요란한 소재와는 달리 본격적인 현대 판타지는 아닙니다. 다양한 소재와 이야거리, 사연들, 인물들이 등장하기 위한 장치에 가깝습니다.

일단 하늘에서 내려온 두 인물이 다소 비호감적으로 그려지기도 하고요. 주연이지만 사실은 조연이라는 느낌.

음식을 매개로 다양한 사연들을 다루는 작품은 아주 드물지는 않은데요. 이 웹툰도 그렇습니다.

전반적으로 두루 우수한 퀄리티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작화도 좋고, 특히 음식 묘사가 상당히 뛰어난 편이에요(어지간한 음식툰에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옴니버스 식으로 등장하는 사연들도 너무 자극적이거나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신파로 흐르지 않습니다.

딱 적당한 선에서 감성과 감동을 주고 담백하게 마무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음식과 일상툰이 대체로 차별화가 쉽지 않은 장르라는 인상을 자주 받았는데요. 이 웹툰은 인상적인 인트로부터 적당한 판타지의 조화 그리고 장르에서 기대할 법한 본질적인 재미까지.

전반적으로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