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플래닛 헐크

김봉석 | 2016-12-01 00:26


<헐크:플래닛 헐크>


마블의 슈퍼히어로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격돌한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에는 헐크와 토르가 나오지 않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1과 2를 이끈 중심인물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대립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리고 <어벤져스:인피니트 워>로 나아가는 페이즈 3는 우주로 확장되면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도 합류하게 된다. <토르:라그나로크>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즉 토르와 헐크는 페이즈3에서도 중심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토르는 신이자 외계인이니 가능하지만, 헐크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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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우주 속의 헐크를 보여주는 만화가 있다. <헐크:플래닛 헐크>. 코믹스에서 보이는 헐크의 캐릭터는 이렇다. 헐크는 자신이 배너와 한 짝임을 알고 있으며 나약한 그에게 경멸의 시선을 보낸다. 헐크는 적과 동지를 구분할 줄 알고,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헐크의 힘은 그냥 센 정도가 아니라 행성 하나쯤은 쉽게 부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즉 헐크는 원초적인 생명력 자체인 동시에 인간이 억누른 원시성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이성을 잃어버리고 폭주하여 아군에게도 거대한 위협이 되는 슈퍼히어로 헐크. <헐크:플래닛 헐크>는 헐크의 힘을 두려워한 쉴드가 아무도 없는 먼 우주의 행성으로 헐크를 보내버리려는 계획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헐크는 레드 킹이 다스리는 사카아르 행성에 가게 되고, 노예에서 검투사로 그리고 구세주에서 위대한 왕에 이르는 영웅의 길을 걷게 된다. 이만하면 우주적 존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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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는 현대의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신에 대한 갈망, 초월 의지 그리고 구세주에 대한 대중의 열망 같은 것들이 한데 모여 슈퍼히어로를 창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헐크는 대중의 어떤 욕망을 반영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보통 세상의 악에 대해 쉽게 저항하지 못한다. 나약한 자신을 탓하며 안으로, 안으로 숨어든다. 내면의 자아로서 하이드 박사는 이성과 합리성을 거부하며 악을 저지르지만, 헐크는 동일한 분노와 광기를 나름 긍정적인 방향으로 쓴다. 다만 광기를 노출할수록 자신을 제어하기 힘든 헐크는 외톨이가 되어야만 하는 비극적인 운명이다. 헐크는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감정의 격랑을 극단화시킨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헐크는 슈퍼 파워를 가지고 있으면서, 우리의 불안한 내면을 직접 투사한 슈퍼히어로인 것이다.


다종다양한 생명체와 종족이 공존하는 행성에서 펼쳐지는 헐크의 모험은 그가 어떤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알려준다. 혼자이기를 열망하지만 사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욕망. 분노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지만 분노가 또한 취약점이라는 것. 구세주가 될 수 있는 힘은 또한 ‘월드 브레이커’의 어두운 면을 포함한다는 사실. 헐크는 다른 슈퍼히어로들조차 두려워하는 막강한 힘을 지녔지만 가장 불완전한 슈퍼히어로일 수밖에 없다. 헐크는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알고 있다. 그리스 비극처럼 그의 강점, 장점이 결국은 그를, 세상을 파괴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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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 만화, 구세주 신화 그리고 스페이스 오페라까지 뒤섞인 <헐크:플래닛 헐크>에서 가상의 행성에서 자신의 본능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헐크를 만나게 된다. 검투사 ‘그린 스카’에서 위대한 영웅 홀쿠로 나아가는 과정은 충분히 드라마틱하고 공감이 간다. 또한 다양한 생명체들의 매력적인 디자인과 헐크의 격렬한 액션까지 <헐크:플래닛 헐크>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락적인 측면에서도, 헐크의 내면을 탐구하는 심리 드라마로서도, 슈퍼히어로의 근원적인 갈등과 모순을 드러내는 철학적인 그래픽 노블로서도 <헐크:플래닛 헐크>은 눈여겨볼만한 작품이다. 검투사 동료들과 함께 지구로 돌아와 과거의 동료였던 슈퍼히어로들과 싸우는 <헐크:월드 워>까지 이어보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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