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저 실망스럽다! <옥탑방 표류기> [스포有]

므르므즈 | 2017-02-08 03:33

          [웹툰 리뷰]옥탑방 표류기 - 봉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포스터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해본 것 없음. 가본 곳 없음. 특별한 일 없음. 당신이 망설이는 그 순간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평생을 무기력하게 살아온 월터가 자신이 반드시 어떤 일을 해내야하는 상황을 맞이하며 성장한단 이야기에 잘 맞는 포스터 문구다. 영화는 이처럼 무기력한 주인공이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서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점진적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알아가며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여행을 가고 싶다는 욕망을 제대로 건드린다.


  [옥탑방 표류기]는 성장물이다. 작품에서 주인공이 성장하는 방식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와 같다. 주인공이 반드시 어떤 일을 해야하는 상황으로 떠밀고, 주인공은 망설이다 그 일을 해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답답함이 해소되는 쾌감을 느끼고, 주인공의 성장을 동시에 기뻐해줄 수 있다. 


  주인공은 아무것도 없고 하고싶은 것도 없는 인물이다. 눈을 뜨고 보니 온 세상이 물로 뒤덮이자, 오히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는 데 이렇게 되니까 잘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삶의 의욕이 없다. 하지만 그런 남자는 어느 날 오리배에 실려온 여자를 만나며, 자신은 이래도 죽어도 상관없지만, 이 여자가 죽어선 안된다는 생각에 먹을 걸 구하기 시작한다.


  얼마 안가서 여자는 깨어나고 자신이 희수 오빠라는 인물을 찾아왔다고 밝힌다. 그리고 주인공을 종용하여 옥탑방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제안하는 데. 원칙대로라면 각종 고난이 있을 터고, 이 고난을 헤쳐나가며 주인공이 점점 성장해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작품의 주인공은 성장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잘해나가다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진다고 봐야할 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은 무기력한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을 위해 방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주인공에겐 성장이다. 하지만 이 성장은 비 때문에 해수면이 상승하자 어거지로 이루어진다. 첫 성장이 자발적 동기가 아닌 외부 요인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비가 와서 옥탑방에 고립된 상황이 성장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만들어진 외부 요인이라면, 이 상황에서 밖으로 나갈지 남을 지를 선택하는 건 캐릭터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 선택 역시 외부 요인에 의해 갈리고 만다.


  이 때문에 주인공은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주인공의 선택은 항상 타인에 의해 휘둘리기만 하며, 이 때문에 성장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인물이 된다. 초반부 여주인공을 구할 생각으로 범고래라는 공포를 이겨내고 뛰어든 주인공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 처럼.여기에 더해 작품 말미. 세상의 더러운 일면에 휩쓸린 주인공은 다시 옥탑방으로 돌아가자고 청한다. 더러움에 물들면서 그가 마무리 짓지 못하고, 망쳐놓은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책임지지도, 사건을 해결하지도 않고 도피한다.


  이 도피 행각으로 인해 작품 속 상황들은 아무것도 아닌 요소가 된다. 항상 타인에 의해 휩쓸리던 주인공이 그냥 휩쓸리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해 도망치고 만다. 주인공의 도덕적 잣대도, 캐릭터의 정확한 성장 곡선도, 아무것도 파악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그냥 주인공이 휩쓸리다 도피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원래 아무것도 안하고 죽고싶어했던 주인공이, 보다 적극적으로 옥탑방에 처박혀서 사회를 거부하는 것일 뿐.


  이런 주인공에 대해 작품은 마치 주인공이 성장했다는 듯이 표현한다. 하지만 이건 성장이 아니다. 문제에 여전히 직면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도망치는 건 성장이 아니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이 남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상당히 이상한데 자신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원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군말없이 따라왔기 때문에 남자 주인공을 택한다고 답하는 데, 이 기준은 사실 여자 주인공이 그토록 싫어했던 자신을 소유물로 보는 잣대와 비슷하다.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캐릭터며 연출이 상당히 매력적인 작가였다. 다음 작은 기대해볼만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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