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색화점, 마공(魔功)의 끝은 주화입마(走火入魔)일까

박성원 | 2018-03-27 09:00

[웹툰 리뷰]색화점 - 김흥건 핸들러

'혈도'와 '점혈'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주로 한의학, 서브컬쳐계에서는 무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개념인데요. 길게 설명하자면 끝도 없고 -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 혈도라는 곳을 내공을 실어(?) 찌르면, 즉 점혈(點穴)을 하면 인간의 신체에 다양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가장 흔한 혈도, 점혈법의 종류는 혈을 짚을시 꼼짝할 수 없게 만드는 마혈, 말을 할 수 없게 하는 아혈, 즉시 죽음이 이르는 사혈 등입니다.


웬 무협 얘기를 하고 있냐고요? 조금 변형된 형태이긴 하지만, 웹툰 '색화점'에서 이 개념을 차용하여 핵심 소재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19금 웹툰이라는 장르와 색화점이라는 단어만 봐도 대충 짐작이 되시겠죠. 맞습니다. 이 만화에서 점혈은 곧 인간의 성적 흥분을 극대화 시키는 기능입니다.


[웹툰 리뷰]색화점 - 김흥건 핸들러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뭔가 구구절절한 설명이 붙긴 했지만 그냥 구실일 뿐이고, 작품에서 묘사되는 모습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없이 특정 혈자리를 찌르면 되는 거예요. 그러고 나면 상대적으로 욕구에 취약한 남자는 간단하게 만져만 줘도 무슨 발정난 돼지처럼 만들어 버리고, 여자도 정도가 덜하긴 하지만 비슷한 상태가 됩니다. 그야말로 사람을 자유자재로 농락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인데 정작 배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마사지 기술 같은 느낌이랄까. 


주인공 고치우가 친구들과 어떤 나이트에 대한 소문을 찾고 가게를 찾아가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치우와 그의 친구 둘은 여자와는 별로 인연이 없는 타입인데, 외모도 그저 그렇고 - 혹은 꾸밀 줄을 전혀 모르고 - 말주변도 없는 데다 딱히 집안이 잘 살거나 학력이 좋은 것으로 보이지도 않으며, 무엇보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여자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그런 친구들입니다. 나이트에서 룸을 잡는 일이 큰 부담일 것이 뻔한 이들이 무리를 하는 것은 한 웨이터에 대한 믿기 힘든 소문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소문이란 간단하게 요약하면 남자 손님들이 어쨌든 여자들을 물어와서는 남녀가 마지막까지 달릴 수 있도록(?) 해준다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인데요. 나이트를 찾아간 셋은 '아린'이라는 반듯한 외모의 여자 웨이터를 만나게 되고 소문이 진짜였다는 것까지 확인합니다. 치우는 아린에게 신묘한 기술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그녀에게 달라붙어 어찌어찌 그 기술, '색화점'을 배우게 되고요.


[웹툰 리뷰]색화점 - 김흥건 핸들러


이런 장르의 만화에서 인트로 이후의 내용을 줄줄이 읊는 것은 별로 재미도 없을 뿐더러 잠재적 독자들에게 무례한 일이니, '색화점'이라는 작품의 특장점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는 쪽으로 리뷰를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작화. 사실 저는 리뷰에서 작화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글쟁이일 뿐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까운지라, 그저 좋다 싫자 정도밖에 할 말이 없거든요. 하지만 '색화점'은 꼭 작화에 대해 언급하고 싶어요. 개인적인 취향의 영향이 크겠지만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거든요.


한눈에 보기에도 인체 비례라든지 섹스 장면의 묘사, 감정 표현 등 이런 비주류적인 웹툰에 머물러 있는 게 아깝다 싶은 수준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색감' 좋습니다. 특히 19금 웹툰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색감이라고 할까요. 당장 제가 리뷰글에 첨부한 컷들만 봐도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탄탄한 기본기에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색감이 더해져, 만화를 읽는 내내 눈이 즐거웠어요. 더욱 의외인 건 이런 작화와 색감이 성애 장면에서도 빛을 발한다는 점. 이건 글로 읽는 것보다는 직접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웹툰 리뷰]색화점 - 김흥건 핸들러


등장하는 여성 인물들의 개성이 확실하고 저마다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물론 색화점이라는 터무니 없는 설정이 메인으로 존재하는 만큼 한계는 있지만, 그 속에서도 단순히 기술에 발정하고 섹스하고 마는 수동적인 인물상이 아니라는 점이 포인트에요. 사실 어떤 장르의 서사 매체든 간에 인물의 개성이라는 건 재밌는 이야기의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요. 그저 개성이 있는걸 넘어서 우수한 작화가 더해져 상당한 매력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색화점이 잘 통하지 않는, 주인공 이상의 무서운 고수(?)가 상대로 등장하기도 하고요. 주인공(혹은 그에게 몰입한 독자)가 공략하는 대상이 매력적일 수록 성인 웹툰으로서의 재미도 더 커지는 법입니다.


주인공 치우를 비롯해 남자 인물들도 주목할 만한데 색화점을 배우게 되는 인물은 그 혼자가 아니에요. 치우와 그의 친구들, 치우의 스승, 그 스승의 스승까지. 이들 또한 각자 성격이 다르고 원하는 바가 다른 만큼 색화점을 배움으로써 겪게 되는 변화와 그 결말이 모두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작품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가장 오랫동안 색화점을 익혔고 또 모든 이야기의 시발점이 된 조연의 모습을 보면, 썩 긍정적인 전망은 떠오르지 않지만요. 그야 손만 대면 어떤 사람이든 발정시키는 기술이라는 게, 무협으로 치면 아주 악랄한 마공(魔功)에 속하니까 말이죠.


[웹툰 리뷰]색화점 - 김흥건 핸들러


마지막으로 과하지 않은 설정과 유장한 전개. 색화점이라는 설정 자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폭주할 소지가 다분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습니다. 초반에는 잠깐 갸우뚱했지만 우려는 잠깐이고 19금 웹툰이라는 장르를 감안하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이에요. 성인 웹툰의 원초적인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최소한의 서사 구조를 갖추려고 노력한 점도 눈에 띄고요. 바로 위에서 언급한, 색화점을 익힌 여러 인물들이 최후에 맞이할 결말 또한 상당히 궁금해 집니다.


레진코믹스 '몸에 좋은 남자'를 리뷰할 때도 비슷한 칭찬을 했던 건 같은데, 아무튼 그렇습니다. 19금 웹툰으로서 좋은 작품들은 비슷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니까요. 다르게 말하면 '색화점'은 '몸에 좋은 남자' 못지않게 좋은 성인 웹툰이라는 생각입니다.


- 2018 / 03 / 27

P.S.

주화입마(走火入魔)란 무공을 익히다가 문제가 생겨 골로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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