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하이브, 김규삼스럽다

박성원 | 2018-10-02 14:41




21세기 현대의 대한민국에 거대한 이변이 발생합니다. 모종의 이유로 벌이나 개미 같은 벌레들이 거대화(化) 되어 사람들을 마구 잡아먹고 다니죠. 심지어 벌레들은 인간의 몸에 알을 까서 좀비처럼 의지를 잃은 노예로 만들기도 합니다. 군대를 비롯한 사람들의 저항은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실패한 듯 보이고, 나중에는 인간과 벌레의 '혼종'과 같은 보편적인 인류의 틀을 벗어난 존재들까지 등장합니다. '하이브'는 이런 혼란스러운 세계관 속에 주인공(아마도?) '이은성' 과장과 성지은 대리, 그리고 영감님(속칭 '할아브')가 힘을 합쳐 가족과 지인을 지키고 파티에 닥쳐오는 위기를 물리치는 판타지·스릴러·포스트 아포칼립스 웹툰입니다.




먼저 장르에 대해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네이버 플랫폼에서 광범위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답게 과학적 정합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이에요. 벌레들이 거대하게 변한 것과 그 생태에 관한 설명 비슷한 것들이 작중에서 여러 번 등장하긴 하는데 엄격한 고증이라고 보기는 어렵거든요. SF장르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주의를,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현대 배경의 판타지물에 가깝습니다. 뭣하면 그냥 커다란 벌과 개미가 좀비를 대신한다고 봐도 무방해요. 그런 것치고는 벌레라는 소재를 꽤나 충실하게 활용하는 편이긴 하지만요.




웹툰 하이브 시리지는 재밌습니다. 그야 김규삼 작가의 이름값이 있다고는 해도, 네이버에서 흉측한 벌레가 잔뜩 나오는 데다, 할아버지가 메인 빌런으로 마구 총질하는 웹툰이 100화 넘게 연재되며 상위권에서 버티려면 재미가 없어서는 곤란하겠죠. 고증은 다소 허술하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설정과 세계관, 인력과 자원을 많이 투자한 티가 나는 괜찮은 퀄리티의 작화와 호쾌한 전투씬 같은 기본기에, 자칫 잘못하면 늘어지기 쉬운 복잡다단한 스토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스피디하고 시원시원한 전개가 더해져 장르물로서는 상당히 뛰어난 편입니다. 캐릭터를 말할 것 같으면 거의 모든 독자들에게 종교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할아브'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고요.




리뷰어로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하이브'가 김규삼 작가의 성공적인 변신작이라는 사실이에요. 김규삼 작가의 대표작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글고'인데, 이 웹툰은 병맛과 개그 그리고 약간의 사회비판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물이죠. 진지하고 암울한 분위기의 에피소드 구성인 '하이브'와는 180도 다른 장르라고 봐도 좋은데, 특이하게도 정글고를 꼬박꼬박 챙겨봤고, 이제는 하이브를 구독하고 있는 필자는 하이브에서도 정글고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김규삼 작가만의 개성'이라고 해야겠죠. 피가 튀는 전투 와중에 중간중간 툭 튀어나오는 블랙 코미디라든가, 캐릭터를 구성하고 배치하는 방식이 '김규삼스러워'요. 장르가 완전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쉽게 말하면 김규삼은 어떤 장르의 만화를 그리든 간에 본인만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장르적인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그런 작가라고 평가해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하이브와 함께 네이버에서 동시연재하고 있는 비질란테 역시, 별도의 스토리 작가가 있다지만 하이브 못지않게 호평을 받고 있다는 것도 근거가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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