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대들의 풋풋한 등하교 로맨스, '걸어서 30분'

문예준 | 2018-10-11 17:35




10대를 되돌아보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미소 짓게 되는 순간이 하나쯤은 있다. 

그 기억이 아름답게 추억되는 건, 어쩌면 사회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때묻지 않은 순수함' 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시절의 설렘이 가장 잘 녹아있는 작품, ‘걸어서 30분’이다.

 

주인공 성은이는 한때 예고 입시를 준비할 정도로 미술을 좋아했지만, 반복되는 경쟁에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잃어버린 채 점차 무너져간다. 가장 친한 친구인 진영이와도 오해가 쌓여 멀어지게 되자, 성은이는 결국 미술을 그만두게 된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은 미술에 대한 열정은 쉽사리 떨쳐내지지 않는다.




힘들다고 투정부리면 주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짐을 안겨줄까 걱정되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할 정도로 주변을 생각하는 속깊은 아이지만, 그런 성은이도 엄마에게만큼은 기대어 위로받고 싶어하는 영락없는 10대 여자아이다. 하지만 그런 성은이를 기다리는 건 불꺼진 집안에 남겨진 한 장의 쪽지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성은이는 혼자 외로움을 삼켜내는 것에 익숙해진다. 

그러던 어느날,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중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하교를 하는 구봉이와 마주치고, 말수가 적은 구봉이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성은이는 구봉이에게 왠지 모를 호기심을 느낀다.

 



처음에는 인사를 나누는 것조차 어색했던 성은이와 구봉이도, 함께 하교를 하는 날들이 쌓이며 점차 가까워진다. 아무 경쟁도, 견제도 없이 자신의 꿈을 응원해주는 구봉이의 모습에, 성은이도 가슴속으로만 품어왔던 '만화'라는 꿈에 다시 용기를 낸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독자들도 함께 설렘을 느끼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그런 때묻지 않은 사랑과, 순수한 응원이 담긴 대사들은 마치 성은이가 아닌 ‘나’를 향한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마지막으로 순수하게 ‘나’만을 위한 위로를 들었던 때가 언젠지 까마득한 독자들에게 구봉이의 대사 하나 하나는, 일주일을 버티게 해주는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 



'(위)성은'과 '(지)구봉'이라는 다른 듯 닮은 둘의 이름은, 두 주인공이 인연인 것만 같은 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작가는 이처럼 우주 행성을 본딴 이미지들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두 사람의 풋풋한 설렘을 더욱 신비하게 비춰지는 효과를 준다. 게다가 매주 한 화의 끝자락에 그려넣은 성은이의 다이어리 속 그림 메모에는 10대 여학생만의 풋풋한 감성이 잘 묻어나와 포근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쌀쌀한 겨울, 성은이와 구봉이가 건네는 설렘으로 따뜻한 하루를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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