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검증받은 판타지 대작, '호랑이형님'

박성원 | 2018-10-17 14:41

'호랑이형님'은 네이버를 넘어 한국 웹툰계의 대표적인 동양 판타지 작품입니다. 먼저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지요. 비슷한 설명을 여러 번 했는데 판타지 물을 리뷰할 때는 장르의 특성상 줄거리를 상세하게 소개하지 않습니다. 호랑이형님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시대이고, 동양 판타지라는 장르답게 온갖 괴력난신(怪力亂神)과 지능을 가진 동물들이 핵심 인물로 등장합니다. 2부가 연재되고 있는 시점에서 1부와 2부의 주인공은 제목처럼 호랑이인데, 둘의 이름은 각각 '산군'과 '빠르'입니다. 당연하지만 산군과 빠르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금수가 아닌 인간 못지않은 지능과 주술 따위의 이능력을 다룰 줄 아는 영물(靈物)이에요. 이 두 호랑이는 능력만큼이나 복잡한 과거에 얽혀있어서, '호랑이형님'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음모와 전쟁에 깊숙하게 개입하게 됩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이제와서 새삼 리뷰를 쓰기 다소 민망하기도 하지만, 사실 필자도 1부가 끝나고 상당히 지난 시점에서야 작품을 읽기 시작했으니 저와 비슷한 독자들을 위해 적어보겠습니다. '호랑이형님'의 특장점에 대한 글을 쓴다면 가장 먼저 언급해야 될 것은 역시 세계관이죠.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드래곤이나 기사 대신 영험한 호랑이나 산해경 속의 괴물들이 활개치는 동양 판타지인데, 단순히 소재가 다른 것이 전부는 아니에요.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필자는 판타지 장르의 오랜 팬으로서 전통적인 서양 배경이나 색다른 동양 판타지나 모두 좋아하지만, 후자의 장르에서는 꽤나 자주 심각한 단점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그건 바로 세계관이 이야기에 녹아들지 못한다는 사실이에요.




이런 단점은 여러 가지로 부족한 작가들이 '동양 판타지'라는 설정 자체에만 집착하는 탓에 벌어지는 유감스러운 현상입니다. 소재는 어디까지나 이야기를 빛나게 하기 위한 도구이자 목적일 따름인데, 본말이 전도되는 셈이죠. 이런 작품들을 읽어보면 (작가가 생각하기에)새로운 세계관을 자랑하느라 이야기는 뒷전에 밀려버리거나, 호랑이 대신 용이, 기사 대신 선비가 나오기는 하는데, 독자들이 그 차이를 체감할 수가 없습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설정에 묻혀버린 이야기는 재미를 느낄 수 없기 마련이죠.


호랑이형님은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설정만 놓고보면 그 어떤 동양 판타지보다 개성이 뚜렷해요. 그러면서도 설정이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정말로 괴력난신이 판치던 가상의 조선시대처럼,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고증이 잘 된 전통 사극을 보는 것처럼요. 이야기가 붕 떠 있거나 용의 탈을 쓴 호랑이는 찾아볼 수 없고 새로운 판타지에 목마른 독자였다면 누구나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빈틈없이 빼어난 세계관을 갖추고 있습니다. 굳이 '동양 판타지'라는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아도 손색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요.




다음으로 작화에 대해 간단하게 짚어 보겠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런 퀄리티의 올컬러 작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것이 한국 웹툰의 놀라운 측면이 아닌가 싶어요. 작품이 시작하는 시점부터 지금까지 거의 흔들림 없이 빼어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글쟁이라 작화를 자세하게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간단하게 1화만 봐도 충분히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분량도 많으면 많았지 적은 편은 절대 아니고요.




마지막으로 캐릭터와 스토리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는 수작입니다. 본격적인 하이 판타지답게 세계 전체를 뒤흔드는 비밀과 음모를 메인으로 내세웠지만 서두르지도 너무 늘어지지도 않게 유장한 전개를 이끌고 나갑니다. 캐릭터는 세계관 다음으로 칭찬하고 싶은 부분인데 이 웹툰은 어떤 캐릭터라도 독자들에게 일방적인 미움을 사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저마다의 철학과 사연을 품고 행동하는 '살아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설령 주인공과 대척하는 입장이라고 해도, 그중에 상당수는 거의 주인공만큼이나 독자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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