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매일 30분 귀갓길 로맨스, <걸어서 30분>

김슬기 | 2018-12-29 12:35

세상에서 가장 설레는 시간 집가는 길 30분

천천히 조심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가는 10대 로맨스

 

학창시절 학교나 학원을 다닐 때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홀로 쓸쓸히 등ㆍ하교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나의 학창시절 기억을 곱씹어 보면, 우리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걸렸는데, 그 시간 동안 등ㆍ하교를 함께 하던 친구와 꽤나 마음속의 깊은 이야기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3년동안 같은 반이 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오히려 같은 반 친구보다 훨씬 많은 대화를 나눠서 더욱 친해졌던 기억이 있다. 등ㆍ학교 메이트가 단순한 친구가 아닌 이성이라면, 그 시간이 얼마나 설레고 기다려질까? 그 설렘을 담은 웹툰. 바로 <걸어서 30분>이다.

 

<걸어서 30분>의 주인공은 ‘위성은’과 ‘지구봉’이다. 두 주인공의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주인공의 이름은 '위성'과 '지구'에서 가져온 것이다. '지구' 주위를 도는 유일한 위성 '달'. 지구 주위를 늘 도는 달이 있기에 지금의 지구 생태계도 유지 되고, 지구에서 생명체가 살아 갈 수 있다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둘은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것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작가가 <걸어서 30분>의 주인공 이름을 설정 했다고 생각했다.

 

<걸어서 30분>의 여 주인공 ‘위성은’에게 달은 혼자 외롭게 떠 있지만, 학원에서 집에 오는 동안에 항상 자기 옆에 있어주는 친구 같은 존재이다. 항상 달과 함께 하교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 남자가 등장한다. ‘위성은’이 달을 보고 있는 도중에 그 손가락 사이의 시야로 들어 온 친구. 바로 ‘지구봉’이다.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된다.

 

‘위성은’은 바쁘신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그래서 ‘위성은’의 소원은 항상 어머니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서운하게 생각하실까봐, 늘 비밀에 부친다. 그런 비밀도 많고 생각도 깊은 ‘위성은’의 곁에 나타난 ‘지구봉’. 그는 그녀에게 많은 위로가 된다. 하지만 말이 적고 무뚝뚝한 성격의 ‘지구봉’을 상대하려니, 소심쟁이 ‘위성은’은 힘들기만 하다. 가까운 사이가 아니니 작은 실수에도 ‘지구봉’이 상처를 입을까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위성은’이다.

 

<걸어서 30분>에서 ‘위성은’이 친구를 대하는 것에 있어서 유독 심할 정도로 조심성을 가지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위성은'의 과거 친구들과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위성은'은 미술학원을 같이 다니던 친한 친구와 심하게 틀어지게 된 이후로, 항상 친구를 사귀거나 남을 대함에 있어서 조심성을 가지게 된다.

 

친구에게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는 ‘위성은’ 곁에 있어준 친구들이 바로 ‘소율’과 ‘현준’이다. 이 둘이 있었기에 ‘위성은’이 다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과거 사이가 좋지 않았던 친구들로부터 ‘위성은’을 보호해주는 아주 착한 아이들이다. 태어난 날짜가 같고 어렸을 때부터 쭉 함께 자라왔지만,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는 말처럼 ‘현준’이 ‘소율’을 남몰래 짝사랑하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당황해 하는 ‘현준’이 앞으로 ‘소율’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위성은’, ‘지구봉’, 현준’, ‘소율’이 여느 10대 아이들처럼 친해지며 방학을 맞이해 놀러도 다니고, 서로를 위로하고 하는 모습을 통해 로맨스 소설이지만, 더 깊고 잔잔한 감동이 느낄 수 있었다. 문득 나의 학창시절 친구들이 그리워진듯한 느낌도 들었다.  

 

<걸어서 30분>은 로맨스 웹툰이지만, 두 주인공이 ‘사귀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 되기 보다는, ‘이 설레고, 서로를 알아가는 귀여운 시간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웹툰이다. 처음 어색했던 부분부터 서로가 익숙해지는 부분까지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특히 이 과정이 너무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왠지 모를 치유감을 느끼게 하는 웹툰이라는 생각도 들게 해준다.

 

<걸어서 30분>에서 조금 특이한 점이 웹툰 안에 웹툰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늑대샘과 병아리들’이라는 웹툰이 나오는데 ‘위성은이’좋아하는 작품이다. 이 캐릭터를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지구봉’이나 독자에게 전달하는 부분에서 신선함을 느끼게 해준다.

 

<걸어서 30분>를 읽으며 이 작품의 그림체가 웹툰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동화책같다는 생각을 꽤나 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웹툰 자체의 색체가 화려하거나 강렬하지 않고, 파스텔 톤의 은은한 느낌을 계속 주기 때문이다. 또한 주인공의 말투에서 요즘 10대보다 훨씬 순수하고 여리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주인공들의 대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위로를 주는 듯한 표현을 많이 쓴다. 특히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은 ‘지구봉’의 환경 설정으로 약간은 답답하지만 여유감을 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요즘 같이 빨리 변하고 시간이 흐르는 때에 한 박자 쉬고 싶은 느낌을 받고 싶은 사람은 한 번 읽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아 물론 임팩트 있고, 강렬하며, 전개가 빠른 스토리라인은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재미가 없을 것이니, 본인의 웹툰 취향에 따라 판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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