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셰임룸, 부끄러운 방에서 남매의 시츄에이션

박성원 | 2019-04-27 19:35



셰임룸 썸네일



우연과 세명은 어느 날 주변이 온통 하얀 폐쇄된 방에서 같이 깨어납니다. 둘은 의붓남매... 그러니까 친부모가 전혀 다른, 혈연은 전혀 관계가 없고 부모의 결합에 의해 법적으로 가족이 된 사이였습니다. 작품이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이혼으로 이제는 그야말로 남남이 되버렸지만요. 하여튼 이런 류의 장르에서 당연히 그렇듯 방을 샅샅이 뒤져도 자력으로 탈출한 길은 보이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누나인 우연은 이상한 형태로 구속당해 있어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도 어렵습니다.



셰임룸 깨어난 주인공



당황하고 있던 두 남매에게 방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목소리의 주인은 방의 이름을 '셰임룸'이라고 소개하며 모든 미션을 완료하면 집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하죠. 그리고 방 안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열쇠를 찾으라고도 합니다. 혈기가 넘치는 세명은 크게 반발했지만 빈틈없는 방 안에 갇힌 신세에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소리만 들려올 뿐이니 도리가 없죠. 고전적인 전개입니다.



셰임룸 묶여있는 누나



앞서 언급한 이상한 구속과 열쇠, 그리고 미션은 꽤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이 작품의 기본적인 구조는 이런 식이에요. 하얀 방은 끝이 없는 것처럼 이어지고 방마다 요상한 숙제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우연과 세명은 힘을 합쳐 이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체로 이 미션이란 것이 두 남매를 굉장히 민망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서, 첫번째 미션의 경우, 우연을 속박하고 있는 구속을 풀 수 있는 열쇠는 다름 아닌 우연의 신체, 특히 이성으로서는 상당히 곤란한 부위에 붙어있는 데다, 그냥은 떨어지지 않고 물을 묻혀야만 -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구할 수 있는 물은 너무 뻔하겠죠 - 떨어지고. 뭐 이런 식입니다. 일본에서 심야에 방송하는 19금 예능 같은 느낌의 미션들이죠.


이 정도 설명으로도 전체적인 구조는 대강 이해가 되실 텐데, 그냥 방을 지나가며 야릇한 미션들을 이어가는 것으로도 괜찮은 19금 웹툰이 될 수 있었겠지만 '셰임룸'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사실 정확히 따지면 셰임룸이라는 공간 자체가 도구적 수단에 불과하고, 진짜 중요한 건 우연과 세명 의붓남매의 관계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셰임룸 목소리



두 남매의 관계는 대단히 복잡하거나 혹은 그렇게 보입니다. 이혼하기 전부터 어째서인지 둘은 대화는 커녕 얼굴도 거의 보지 않는 사이였고, 이는 남동생인 세명의 일방적인 거부에 의해서였지만 그 이면에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사연들이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도 둘은 서로를 경원시하거나 미워하는 대신 남매로서, 혹은 남녀로서 미묘한 감정을 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요. 둘밖에 없는 좁은 공간, 그리고 신체적·정신적 접촉을 강요하는 '미션'의 존재는 둘이 서로를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의식하고 고민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셰임룸 열쇠발견



더 재밌는 것은 우연과 세명의 관계에 대한 묘사가 거의 대부분 세명의 시점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에요. 쉽게 말해서, 이 모든 관계의 파노라마는 어쩌면 연상의 의붓누나를 좋아했던 혈기왕성한 남동생의 온전한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서술 트릭인 셈이죠.


전체적으로 상당히 괜찮은 퀄리티를 보여주는 성인 웹툰입니다. 두 남매 사이의 긴장이 없었다면 단순히 소재가 조금 독특한 19금 남성향 정도로 정의할 수 있었을 테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심리 스릴러 라는 별명 정도는 붙여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또 그렇고 그런 장면들이 부족한 것도 아니라, 신선한 재미와 어느 정도 퀄리티 있는 스토리를 원하는 독자라면 추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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