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흔해빠진 세계관 만화 - 세계관이 강점인 본격 판타지

박성원 | 2016-08-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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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레진코믹스에 정식으로 연재되기 이전에 모 사이트에서 무료로 연재되었던 걸로 아는데, 당시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해요. 그런 반응이 이해가 됩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분명 매력이 있어요. 단점이 없고 장점도 없는 작품보다, 단점이 많아도 장점이 있는 작품이 훨씬 좋은 법이죠.

 

제목은 ‘흔해빠진 세계관 만화’인데,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자학적인 제목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제목은 어떤 창작물의 얼굴과 같은데, 자기 얼굴을 일부러 못 생기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다만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세계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세계관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엄청 독특한 세계관 만화’ 같은 제목은 좀 곤란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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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페이지를 넘기면 제목에 어울리게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시작됩니다. 정확히는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죠. 실제 신화에서 따온 부분이 많은지 그럴 듯해요. 하지만 실제 여러 종교의 창세기가 별로 재미가 없듯 판타지 장르에서 ‘태초에 빛이 있었다’로 시작하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닌데, 이 작품에서는 적절한 희화화와 유머 센스, 그리고 패러디를 통해 소소한 재미를 주며 술술 넘어가는 역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세계관 설명이 대강 마무리되면 이제 엘프, 인간, 기타 등등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꽤 장대하고 거창한 내용이라 제가 직접 줄거리를 늘어놓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의 장점, 혹은 특징에 대해 몇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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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이 작품은 상당히 본격적인 하이 판타지에요. 단순히 기사와 칼에서 빛을 내고 마법사가 불덩이를 던지는 수준을 넘어, 창세에 관여한 여러 신들이 수시로 얼굴을 내밀고 이야기의 핵심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물론 양산형 판타지가 쏟아져 나오던 시절, 무슨 신 죽이기니 어쩌니 운운하며 나오던 멋도 없고 일반 악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런 유치한 존재들은 아니에요. 이 작품의 강점인 깊이 있는 설정으로 무장했고, 그 설정에 기반하여 초월자다운 위엄을 보여주는 진짜배기 신들입니다. 이들은 보통 피조물들을 통해 힘을 행사하지만 가끔씩은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들이 가진 능력이 능력인 만큼 ‘흔해빠진 세계관 만화’에서 가장 중요하고 키를 지닌 존재들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한편 이 작품은 몇 번이나 언급했듯 풍부한 세계관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방대한 세계관은 양날의 검이 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작가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천재가 아닌 이상, 기술적으로 세계관을 설명하려면 정작 이야기의 전개는 늘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세계관을 설명하지 않으면 존재 의의가 없어지고요. 후기를 보면 ‘흔세만’의 작가도 이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데요. 독자들 입장에서는 (신이 아닌)인물들의 이야기에 본격적으로 재미를 붙이면 세계관 설명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의 재미가 거기서 비롯되는 만큼 다소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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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체도, 사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작품에 아주 잘 어울립니다. 채색이 되지 않은, 연필로 그린 듯 다소 거친 선의 흑백의 그림과, 배경도 아예 생략하거나 극도로 단순화 시켰는데요. 재미난 옛 이야기나 신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괜찮습니다. 보다 디테일하고 정신 나간 인간들이 설친다는 점을 제외하면, 본질적으로 신화나 옛날이야기하고 비슷한 내용이니까요.

 

분명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초반만 살짝 참고 넘어가서, 재미를 느낀 독자라면 높은 확률로 팬이 될 테고,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만화까지 챙겨볼 그런 무서운 매력을 가진 작품입니다. 과감히 일독을 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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