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0.1초의 설렘 - 사랑에 빠지는 순간들

namu | 2015-08-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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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친구 중 하나는 뇌종양이 있다. 갑자기 생긴 병은 아니고 이 친구는 날 때부터 너무 일찍 태어나서 몸의 모든 기능이 온전히 자라나지 못 했다. 그의 삶 전체가 병원과 약이다. 그런 것과 상관없이 아프지 않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고 필자가 만나왔던 그 누구보다도 훨씬 더 삶을 사랑하고 감사하며 즐길 줄 아는 아주 멋진 친구다.

 

사실 이 친구를 굉장히 격하게 아끼는데 그는 필자보다 어리지만 우리는 친구고, 그 친구는 필자의 삶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친구는 최근에 바꾼 약 때문에 몸이 급격하게 쇠약해져 거의 집에서만 활동을 한다. 집 밖에 나가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기면증처럼 몇 시간이고 잠들 때도 있다. 그런 이 친구와의 최근의 대화에서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이 듣는 음악이나 눈으로 보는 모든 예술작품은 그 사람의 성격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개인적으로 ‘성격'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큰 의미가 아닌가 싶어 성격이 아니라 ‘기분'을 좌우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더니.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성격이라는 거 자체가 ‘기분'에 의해 좌우되는 거라고.. 부끄러운 기분이 들면 소극적이 될 수도 있고, 슬픈 기분이 들면 우울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적어도 자신은 그렇다고 했다. 이 말을 며칠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직 100% 이해를 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 친구의 말이 무슨 말인지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슬픈 사랑 노래를 들으면 헤어진 그 사람이나 지나간 옛 추억을 떠올리며 조금은 감성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판타지류를 많이 보면 공상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거나 모험심이 생기고 용감해질 수도 있는 것처럼..

 

기분 좋은 웹툰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나도 성격이 유해지고 부드러워지는 기분이다. 이처럼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한 여가를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새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관해 많은 영향을 끼치나 보다. 필자는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으면 여태까지 생각해 보지 못한 쪽으로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고, 또 상대방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그 대화 자체에 많은 의미를 둔다.

 

이 웹툰은 딱 그런 웹툰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있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다른 시선으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바라보게 해준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아는 걸까. 설렘이 녹아내린 달콤함.’ 하상욱 시인의 시를 읽는 기분. 그의 시는 짧지만 마음속에 던져진 조약돌 하나처럼 잔잔한 울림을 주는 것처럼 이 웹툰 또한 그러하다.

 

제목처럼 심플하지만 강렬한 .. 간결하지만 마음속에 깊이 와 닿는..  시가 있는 그림을 읽는 기분마저 든다. 더불어 모든 만화와 영화 게임을 통틀어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동화를 새롭게 각색한 것인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같은 동화라도 전혀 다른 발상의 전환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열광한다. 그리고 이 웹툰은 그런 종류를 아주 잘 활용하기에 동화를 각색한 에피소드들만 몇 가지 소개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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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이 탑 위에 있고 택배기사는 택배를 잔뜩 들고 아래서 대기 중. 라푼젤은 말한다. “제가 주문한 게 조금 많은데 괜찮으시겠어요?” 택배기사는 “하나만 버리면 가벼워질 거예요"라고.. 라푼젤은 집착을 버리겠다고 하지만 아직도 무겁다. 질투도 버리고 의심도 욕심도 다 버리고 택배기사가 탑 위에 오르자 사랑하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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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이 심장을 구하러 가야 하는데 녹이 슬어서 움직이지 못한다. 기름은 바로 앞에 있는데 녹이 슬어서 줍지 못하고 있는 상태. 회오리바람에 날아온 도로시. 도로시는 나무꾼의 품에 살포시 날아와 안기게 되고 그렇게 양철 나무꾼의 심장은 다시 두근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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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와 앨리스가 같이 앉아 있다. 피노키오는 사랑한다 말한다. 앨리스가 정말? 하고 되묻자 피노키오의 코가 한번 더 커진다. 앨리스가 거짓말 아냐? 잘 모르겠어. 할 때마다 코는 점점 커지고 앨리스는 지구 밖으로까지 밀려났다. 필자는 이 에피소드에서 개인적으로 사랑에 대해서 묻지 않는 것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피노키오가 사랑을 하지 않는데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감정은 있지만 그 순간 물어봤을 때 그런 감정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차피 행복하다.

 

슬프다 이런 것들도 일시적인 감정에 속하는 것이고 그런 것들은 지속적으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사랑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의무감과 의리를 동반하는 것이고 애정이라는 형태는 남아있지만 그 순간 물어봐서 대답을 확인받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나를 정말 사랑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또 말을 안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를 사랑 안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사랑은 그래서 어렵긴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상대방이 나를 사랑한다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냥 믿어 주는 거 아닐까.

 

필자의 생각이 정답은 아니다. 이 웹툰의 진정한 묘미는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고 또 그게 그대로 자신의 마음에 와 닿는다는 거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싶으면 가볍게 읽힐 수도 있으며 진중하게 읽고 싶으면 또 진중하게 읽히는, 이 매력적인 웹툰 꼭 한번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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