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포] 고민의 흔적은 반드시 드러난다. - 냄새를 보는 소녀

므르므즈 | 2016-06-26 14:15

냄새를 보는 소녀_만취_1.png

 

   냄새라고 하니 시큼한 썩은 내 부터 하수구 시궁창의 더부룩한 그 악취까지 온갖 부정적인 것이 다 떠오른다. 이는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의미는 없어도 냄새라는 말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자주 쓰이다보니 생긴 편견과도 같은 것이다. 사전에선 냄새에 대해 '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기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불쾌한 향을 거론할때면, 나쁜 냄새 혹은 불쾌한 냄새라 표현하며 반드시 냄새 앞에 이게 얼마나 역겨운지 표현하는 미사여구를 붙이기 마련이다. 즉, 냄새라는 말 자체엔 어떤 부정적인 의미도 없다는 것인데 대놓고 나쁜 냄새를 지칭하는 '악취'라는 단어가 있음에도 구린 냄새가 난다는 표현을 쓰는 우리는 어쩌면 냄새에게 미안한 짓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오늘 리뷰할 작품, 이런 우리들의 인식하지 못한 패악질에 대해 사과하는 [냄새를 보는 소녀] 되시겠다.

 

 

  몇번 외국 범죄 스릴러 소설을 읽은 적 있었는데 그 작품들은 하나 같이 표지에 'xx에서 극찬을 받은 작품!, 기대되는 작품 1위!' 따위의 광고를 내세우는 작품이었다. 수수께끼의 암호를 남기는 연쇄살인마를 쫓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중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에선 아주 잘생긴 살인범이 나왔다. 이게 단순히 미형으로 생겼다고만 묘사하면 기억에 안남겠는 데, 살면서 본 얼굴 중 가장 멋지게 생긴 얼굴이며, 나이가 들은 지금도 이목구비가 또렷해서 한폭의 그림 같았다며 내용 내내 이 놈에 대한 칭찬을 하니 그 놈의 외모 묘사가 기억에 안남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막판에 주인공과 일대일 대결을 펼치는 와중에도 '이야 잘생겼다' 식의 외모 묘사가 토막으로 나올 정도였다. 내용이 그렇게 특별한 작품은 아니었는 데 이 놈의 외모를 밀어주는 묘사 때문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표지에 세계에서 가장 잘생긴 살인범이 나오는 소설이라고 써놨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뻔한 캐릭터 구도에 뻔한 스토리 전개를 넣어도 이렇듯 독특한 점 하나만 있다면 작품은 기억에 새겨지기 마련이다. 이 소설에선 연쇄살인범이 미남이라는 설정이 그 톡특한 점이었다면, [냄새를 보는 소녀]에선 냄새를 본다는 설정 자체가 이목을 잡아두는 특징이었다. 나는 [냄보소]가 소재만 독특하고 특별할게 없는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특별한 소재를 쓰면서도 멋지게 살려낸 특별한 작품이라는 칭찬을 하려고 한다.

 

  [냄보소]의 캐릭터들은 전형적이지 않다. 평범한 구도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보이는 캐릭터들이다. 멀쩡하고 재미없는 전개로 넘어가도 될 상황에서 작가는 이 평범한 구도를 탈피하기 위해 주인공을 엇나가게 만든다. 좋게 말한다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적인 전개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캐릭터들이 죄다 싸이코패스 같은 전개를 만들어냈다. 특히 초반부에 주인공을 이용해먹은 경찰이 주인공이 자기 능력 쓰는 걸 거부하자 다친 사람들에게 책임을 져보라며 소리 지르는 장면은 이 작품을 계속 봐야 되나 싶게 고민한 명장면인데 간간히 나오는 묘사가 나쁜 것도 아니면서 작가는 캐릭터들을 과도하게 몰아붙이며 작품 전개를 극한까지 끌고간다.

 

  물론 이게 나쁜 결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스토리가 이리저리 튀는 통에 정말 예측할 수 없어 보는 사람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주었고, 그 선택으로 나타난 결과물들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초반부의 그 충격과 가끔씩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전개는 보는 사람의 심신을 피로하게 만들어주기에 조금 안타까웠다. 특히 몇몇 장면에서 노골적으로 베타를 여기서 살리겠어! 여기서 경찰놈을 굴리겠어! 같은 욕망을 들은 것 같아 더욱 그랬다.

 

 

  [냄보소]는 냄새를 통해 사건을 수사한다. 그리고 이 냄새로 범인을 찾는 과정이 독특하여 인상에 크게 남았다. 추리하는 과정이나 범인이 나타나는 부분, 거기에 주인공이 사건에 개입하는 과정까지 세세하게 신경쓴 흔적이 엿보이는 전개였다. 그냥 만화니까 억지로 개입한다는 식이 아니라 이런이런 과정을 통해 개입하고 그 이후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를 완벽히 설명해주는 개연성의 귀감이라 할 수 있는 전개였다. 물론 중간 중간 주인공이 너무 나서거나 내용 상 과장된 장면들이 있기에 살짝 아쉬웠지만, 캐릭터의 매력으로 충분히 덮어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개인적으론 콜렉터 편에 주연급으로 등장한 프로파일러와 콜렉터 캐릭터가 참 인상적이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다. 참 재밌고 좋은 작품이었다고. 담백한 칭찬이 어쩔 때는 미사여구를 수십가지 붙이는 것보다 더 좋은 인상을 줄수도 있는 법이다. 글의 좋은 향이 보이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웹툰가이드 인기글

통합 리뷰

인격이 어딘가 어긋나 있는 친구의 이야기 <쪽팔려게임>
이준희 | 2026-10-17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행복을 찾겠어! <악당을 납치한 5살 스파이입니다>
이준희 | 2026-10-16
로맨스 소재를 찾으러 전학 온 싸움짱 <최강의 로맨티스트>
김 영주 | 2026-10-15
멍뭉이들 호령하는 아기 고양이의 성장기 <멍문세가를 호령하는 아기 고양이입니다>
김 영주 | 2026-10-14
불행은 한 번이면 충분해. <사랑받기 원하지 않는다>
이준희 | 2026-10-13
계략 남주의 위장에 속아 결혼해버렸다! <이 황제는 결혼 사기를 칩니다>
김 영주 | 2026-10-12
요절하는 최애의 전 부인으로 빙의했다 <대공가 시집살이 너무 쉬운데요>
김 영주 | 2026-10-10
이번엔 반드시 지켜낸다.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이준희 | 2026-10-08
이번 생에서는 기똥차게 살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입조심하세요, 성녀님!>
이준희 | 2026-10-07
전남친이 내 입시를 방해한다 <양아치, 순애합니다>
김 영주 | 2026-10-06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돌아왔다?!<임신한 척했는데 남편이 돌아왔다>
이준희 | 2026-10-03
대중문화에 빠져버린 마왕 <용사 출연 마왕 연출>
김 영주 | 2026-10-02
모두를 지키고 죽음을 피해보는거야. <엔딩인 줄 알고 돌아왔더니 장르가 바뀜>
이준희 | 2026-10-01
죽은 그 아이에게서 교환일기가 도착했다 <그 애의 교환일기>
김 영주 | 2026-09-30
나는 너를 온전히 살리고 싶어.<그녀가 악당을 돕는 이유>
이준희 | 2026-09-29
수영장에 이상한 규칙이 있다 <샤워 순서 너마저...!>
김 영주 | 2026-09-28
내 소원이 이루어졌어요.<월야환담>
이준희 | 2026-09-23
현실적인 가상현실 게임 라이프 <NPC를 죽였다>
김 영주 | 2026-09-22
가난뱅이 영애의 험난한 취업기 <프레스턴 경의 비밀 가정교사>
김 영주 | 2026-09-21
희대의 미친 사이코패스와 만나다.<천마신교 최강하녀>
이준희 |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