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포] 스릴러가 나아가는 최악의 방향 - 생존인간

므르므즈 | 2016-07-07 16:08

생존인간_디디_1.jpg

 

 

  무리하게 과장된 구도와 어색한 대사, 그리고 굳어있는 표정이 작품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대게 그런 편이다. 이를 편견이나 취향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못그린 그림이 내 취향이더라도 그 그림이 피카소의 역작이 되는 것도 아니요. 내가 밥 로스를 좋아한다고 밥 로스가 라파엘로와 동격이 되는 것은 아니듯. 어찌됐건 못 그린건 사실이고 첫인상이 많은 것을 좌우하기에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처음 [생존인간]을 접했을 때 느낀 감정 역시 이러한 불안함이었다. 어딘가 비뚤어진듯하고 그로테스크 하기보단 자신이 그렇다고 주장하는 듯한 그림체를 보면서 느낀 것은 오로지 그것 뿐이었다. 이게 과연 재미있을까? 유난히도 평이 좋던 댓글란을 바라보며 나는 좋은 작품일거라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장을 넘겼다.

 

  글쎄 허리 굽은 남자와 봉투를 둘러쓴 여자, 그리고 뚱뚱하고 기분나쁘게 생긴 남자로 보이는 크리쳐의 등장은 무난하게 성공적이었다. 그들이 미친듯이 학생들이 쫓아다니는 과정이나 캐릭터도 좋았다고 할 수 잇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작품은 크리쳐에만 의존하지 않으려 들며 자신의 한계를 여과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작품이 드러낸 첫번째 단점은 작위적인 전개였다. 등장인물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상황에 맞지 않게 이어진다. 악당에게 잡히기 직전의 일촉즉발의 상황, 남자는 여자를 대신해서 공격에 맞고 남자는 쓰러져서 여자에게 도망 가라고 외친다. 보통 이 상황을 몰입하기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런 구조일 것이다. 어서 도망가라고 남자가 외치고, 여자는 머뭇거리다 눈을 질끔감고 도망치든, 남자를 구하려하든 무엇인가 행동을 취한다. 왜냐면 뒤에 악당이 있으니까. 사색이든 수다든 들어갈 여유가 없다. 하지만 작품은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도 캐릭터들은 감정을 설명하려고 애쓴다. 기나긴 수사가 덧붙여진 신파극으로 작품의 흐름을 깨먹으면서까지 우리에게 이 장면은 아주 슬픈 장면이라고 외치는 것이다. 도망가! 안돼! 도망가! 안돼! 난 괜찮아 도망가! 하지만 ! 괜찮아 내가 맡을께! 이건 그야말로 악당을 바보로 보는 전개가 아니던가. 다음 작부터는 옆에 변사를 붙이는 게 더 좋을듯 싶다. 같은 상황이 나온다면 외치도록 말이다.

 

"이렇게 두 사람은 길고 긴 이별의 시간을 맞이하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작위적인 전개는 단순한 신파극에서만 엿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개그컷 하나하나가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뜬금없고 어설프게 인중을 강조한 개그컷으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혐오스러운 표정을 그려냈다.  돌연변이 놈이 여자 둘을 붙잡고 무슨 짓을 할지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남자아이의 표정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정말 어울리지 않는 장면에서 개그가 들어가며 웃음 포인트를 강제로 놓치게 만든다. 사실, 지금도 그 장면들이 정말 개그컷이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스릴러고 자시고 이 작품이 후반부 부터 나사빠진 기생수가 된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흑막의 생각도 나사가 빠져있다는 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악당 두목은 사실 신인류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이 학교의 사람들을 몰살시키려했다며 자신의 정당함을 어필하지만, 왜 굳이 죄없는 애들을 잡아죽이는 지 어떤 명분도 없을 뿐더러, 그 뜻을 같이한 신인류란 놈들이 둘은 지능 모자란 멍청이에 하나는 인간을 극도로 혐오하는 정신병자에 하나는 사람 모가지 자르고 다니는 싸이코패스인데, 이 놈들이 하고 다닌 행동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저 말에 설득될수가 없었다. 특히 마지막에 하는 "난 니들이 고통없이 죽을 줄 알았어." 이 말과 저 상황을 비교해보자면 이 놈은 그냥 사람들을 죽이고다니는 걸 즐긴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다. 긴장되는 상황 연출은 좋았으나 눈물이 날만큼 감정적으로 격한 연출과 이해가 안되는 캐릭터들의 논리에 나는 적응할 수 없었다. 취향에 맞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테지만 내게 와닿지 않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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