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극야 - 차가운 도시 속, 인간과 로봇의 아픈 사랑 이야기

위성 | 2015-09-03 23:07

 

 

 

스티븐 스필버그의 A.I를 처음 보았던 때의 기억이 선하다. 그 속에서 나오는 로봇들은 인간들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정작 그 안에서 등장하는 인간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 그러니까 그게 이익이든, 재미든, 모성애든 상관없이 목적을 위해 인간성을 상실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고.

 

이 이야기는 버려진 고양이처럼 쓰레기 통 옆에 앉아 있는 구식 A.I.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유기로봇인 그가 불쌍해 5평 남짓한 원룸에 데려온 수. 둘은 그렇게 집사와 고양이마냥 동거 아닌 동거를 시작하게 되는데....... 하지만 인간을 닮은 기계일 뿐이었던 휴머노이드에게 감정이 발현되면서 사람들은 로봇들을 경계하기 시작한다.

 

BL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상식적이지 않은 일 중에 많은 것들이 낯선 일이지만, 대부분은 그것을 비상식 혹은 몰상식한 일로 구분지어서가 아닐까. 더욱이 인간 대 로봇의 이야기니, 처음 줄거리만 들었을 때에는 이게 뭔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결국 관계에 관한 문제다. 영혼과도 눈이 맞고, 외계인과도 사랑에 빠지는데 그게 로봇이라고 해서 안 될 것은 뭔가. 작가는 극야라는 작품을 통해 너무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구사하는데, 그 내용이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결국 사랑을 하면서 ‘내가 느낌 감정들’과 극야 속의 감정들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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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웹툰을 클릭해 열어 보았을 때는 아름다운 그림체가 눈을 사로잡았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읽게 되는 행간의 이야기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이어지는 그림칸과 칸 사이에는 무수한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한 번 보고 넘기면 끝인 수많은 웹툰들 속에서 이렇게 자꾸만 생각하고 싶게 만드는 건 드문데 말이다.

 

모든 사랑이 같지는 않다. 일전에 ‘씹어 삼키다’를 리뷰하며 핑크빛보다 조금 더 붉은 핏빛의 사랑이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는 것처럼, ‘극야’는 젖어드는 느낌이었다. 빗물도 아니다. 흩날린 눈이 내려 앉아 녹아드는 느낌. 그렇게 얼어붙은 물방울들이 천천히 연인의 마음을 적시고 다시 불어오는 냉기에 얼어붙어버리는 느낌말이다. 둘은 그 마음 그대로 젖어들고 싶은데 세상에서 불어오는 냉기가 그들이 서로를 온전히 적시도록 내버려 두지를 않는 것이다.

 

 ‘극야’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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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당하는 기분은 끔찍하다. 하지만 최악은 스스로 그 사실을 자각할 때다. 스물스물 허파에 차오르는 공허. 그 기분을 모르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디서도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린 건 나의 잘못일까.”

공기 속에 부유하는 이물질처럼 구매자들을 떠도는 이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언뜻 유기되어 모두를 경계하거나 아예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애완동물들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나는 이 문장에서 몇 번의 이별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혹은 누군가를 더 이상 내 인생에 필요하지 않은 존재로 규정하고 이별을 선언하거나 받아들여야 할 때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 새로운 사랑을 찾으며 지쳐간다. 이야기 속의 공이 수를 보며 방백 하는 ‘구원’과 그 심정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장르적인 편견을 접어둔 채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모두의 마음을 울릴 웹툰 ‘극야’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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