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장인의 나라 - 축복 혹은 저주, 예술가의 진화를 목격하다

위성 | 2015-09-04 00:14

 

 

 

어렸을 적 판타지에 열광하는 나를 보며 책을 뺐어들었던 선생님이 있었다. 몇 장 읽어 보더니, 그 몇 장으로는 (당연히) 내용파악이 안되는지 나에게 무슨 이야기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신나게 이야기를 설명하는 와중에 선생님은 내 말을 끊었다.

 

 “순 말도 안 되는 애들 장난 같은 이야기만 하고 있어.”

 

 이제는 하나의 완전한 장르로 인정받았지만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판타지에 관한 어른들의 인식은 그러했다. 그 때 왜 나는 제대로 된 반박을 하지 못했을까 싶어, 종종 생각이 난다. 판타지를 가장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들에게 해 줄 말이 있다. 인간의 상상력이 총동원된 판타지를 하찮게 보는 건, 인간애가 떨어지기 때문일 거라고. 뭐, 그렇게 거창할 필요가 있나 싶겠지만 인간이 가진 가장 위대한 능력 중의 하나가 상상력이라고 믿는 나로서는 그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과학기술은 인간의 상상에 기대고 있다. 현대인들이 누리는 수많은 문명의 편리는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멈추지 않은 누군가의 물음표에서 시작되었고. 그래서 나는 모든 장르 문학을 사랑하는데, 그 중 판타지에 기반한 이야기에는 환장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최근 나를 설레게 한 웹툰 하나가 있다. 바로 ‘장인의 나라’다.

 

 

3.gif

 

 

 예술가의 진화형인 장인. 그들은 이 이야기 속에서 죽지 않고 영원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예술가 공통의 꿈, 그대로 살아간다. 글, 그림, 소리 그 무엇의 표현방식이든 상관없이 그 자체로 세상이 된다. 예컨대 피아노 소리로 비를 내린다거나, 눈 결정을 조각한다거나 하면서 말이다. 여기까지. 이 정도만으로도 ‘장인의 나라’는 충분이 매력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무화 작가는 큰 그림보다 작은 그림, 그러니까 디테일에서 그 스케일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상상력을 발휘한다. 혹시 이 사람의 정체는 뭘까 싶을 정도로 놀랍다.

 

 인간이 아닌 자들을 상상했을 때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외계인? 초능력자? 시간여행자? 물론 이 웹툰에 나오는 인물들도 어느 정도는 상상 가능한 범주의 능력들을 지녔지만, 디테일에서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준다. 어떤 면에서는 영드 ‘닥터후’의 닥터를 처음 보았을 때가 떠올랐다. 닥터후의 키워드는 기본적으로 시간여행이지만, 시청자들이 그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것뿐만이 아니지 않나. 정교하게 가다듬은 캐릭터는 꼬리를 물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하는 근원이 되는 셈인데, 장인의 나라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세계관은 그것에 견주어도 될 만큼 깊이와 폭이 넓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몇 화 보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아깝다.’였다. 이 이야기는 웹툰 자체로써도 휼륭하지만 원 소스 멀티 유즈, 그러니까 영화, 드라마, 책 등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2.gif

 

 

 

 문제는 재미가 없으면 아예 안보는 편인데, 이 이야기는 끝을 모르고서는 견딜 수가 없어서 손목이 아플 정도로 스크롤을 내리고 클릭질을 해댔다. 다행인 것은 재미가 있으면 다음 편을 기다리기가 괴로우므로 종결이 날 때까지 일부러 미뤄뒀다가 보는데 최근 1부가 끝이 났다는 점이다. 드라마의 시즌1같은 느낌이랄까. 다음 편이 업로드될 때까지 기다릴 정도의 느긋한 성품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나처럼 마음 편히 1부를 정주행하는 기쁨을 누리기 바란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존재인 장인들, 다시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장인 지노, 장인이 된 동생 사예. 동생을 찾기 위해 지노와 함께하게 된 오빠 백 범. 범이는 사예를 찾을 수 있을까? 지노는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소재와 등장인물의 특별함 때문에 이 이야기는 당분간 내 베스트 순위에서 빠지지 않을 것 같다.

 

 

1.gif

 

 

 

웹툰가이드 인기글

통합 리뷰

인격이 어딘가 어긋나 있는 친구의 이야기 <쪽팔려게임>
이준희 | 2026-10-17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행복을 찾겠어! <악당을 납치한 5살 스파이입니다>
이준희 | 2026-10-16
로맨스 소재를 찾으러 전학 온 싸움짱 <최강의 로맨티스트>
김 영주 | 2026-10-15
멍뭉이들 호령하는 아기 고양이의 성장기 <멍문세가를 호령하는 아기 고양이입니다>
김 영주 | 2026-10-14
불행은 한 번이면 충분해. <사랑받기 원하지 않는다>
이준희 | 2026-10-13
계략 남주의 위장에 속아 결혼해버렸다! <이 황제는 결혼 사기를 칩니다>
김 영주 | 2026-10-12
요절하는 최애의 전 부인으로 빙의했다 <대공가 시집살이 너무 쉬운데요>
김 영주 | 2026-10-10
이번엔 반드시 지켜낸다.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이준희 | 2026-10-08
이번 생에서는 기똥차게 살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입조심하세요, 성녀님!>
이준희 | 2026-10-07
전남친이 내 입시를 방해한다 <양아치, 순애합니다>
김 영주 | 2026-10-06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돌아왔다?!<임신한 척했는데 남편이 돌아왔다>
이준희 | 2026-10-03
대중문화에 빠져버린 마왕 <용사 출연 마왕 연출>
김 영주 | 2026-10-02
모두를 지키고 죽음을 피해보는거야. <엔딩인 줄 알고 돌아왔더니 장르가 바뀜>
이준희 | 2026-10-01
죽은 그 아이에게서 교환일기가 도착했다 <그 애의 교환일기>
김 영주 | 2026-09-30
나는 너를 온전히 살리고 싶어.<그녀가 악당을 돕는 이유>
이준희 | 2026-09-29
수영장에 이상한 규칙이 있다 <샤워 순서 너마저...!>
김 영주 | 2026-09-28
내 소원이 이루어졌어요.<월야환담>
이준희 | 2026-09-23
현실적인 가상현실 게임 라이프 <NPC를 죽였다>
김 영주 | 2026-09-22
가난뱅이 영애의 험난한 취업기 <프레스턴 경의 비밀 가정교사>
김 영주 | 2026-09-21
희대의 미친 사이코패스와 만나다.<천마신교 최강하녀>
이준희 |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