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심해의 조각들 - 마지막 희망은 언제나 한없이 푸르른 사랑

위성 | 2016-09-19 02:08

 

 

 

환청을 앓고 있는 아역 배우 출신 반기해. 그 앞에 나타난 소녀 권무진. 변하고 싶은 소년과 변하는 것이 두려운 소녀의 만남. 깊고 푸른 바다의 조각들.

 

다소 무거워 보이는 제목과 스토리에 비해 메인 화면의 그림은 청량하기만 하다. 푸른 하늘빛을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는 그 소년과 소녀의 까만 머리칼이 흩날리는 걸 보면 나 역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저면 작가는 이 이야기의 끝에 결국 그들이 자신들의 벽을 허물고 나와, 깊은 수심을 헤엄져 나와 수면 위의 푸른 바닷바람을 맞을 거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고. 기해와 무진에게 있어 ‘심해의 조각들’은 지구의 가장 낮은 바닥 속으로 가라앉혀 버리고 싶은 절망과 슬픔 같은 것들이 아니라 그들을 건져 올려줄 사랑과 희망이기를, 그냥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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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많은 색을 지니지 않았음에도 그 디테일과 상징성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작가의 의도가 분명한 푸른색과 흑백의 조화. 또한 빨간 신호등의 붉은 색을 여과 없이 그려내는 부분 같은 곳에서는 스크롤을 내리지 못하고 나조차 잠시 멈춰 버리기도 했다. 의미를 갖기 때문에 색채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작가는 굉장히 철학적으로 색을 다룬다. 처음부터 색을 단순화시켜 둔 덕분에 색이 들어가는 부분에서는 임팩트가 생기면서 보는 독자들의 감정이 훨씬 더 풍부해져 버리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하늘색을 좋아한다. 하늘은 멀리서 볼 때나 푸른색이지 사실은 공허한 투명색이지 않나. 오염되었을 때는 다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허무해 보이는 푸른색이 사실은 사랑 같다고 생각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처음 내가 보았던, 그리고 내내 그렇게 보고 싶었던 그 색이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푸른 하늘 아래 살아가듯 어떤 고난과 슬픔 속에서도 결국 사랑 때문에 살아간다. 그게 아니라면 하늘이 무너져버린 암흑 속에서 사는 것이고.

 

심해의 조각들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다른 로맨스물과는 조금 달르다. 로맨스물이라기엔 상처를 치유하는 힐링서같은 느낌.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 누군가는 불치병을 앓을 수도 있다. 던지는 돌이 하나라도, 던지는 사람이 하나가 아니라면 그 돌을 맞는 개구리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될 수 있기도 하고. 한명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주는 상처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한명이 아니라 온 세상이 나를 그렇게 생각한다고 믿게 되니까. 주인공 기해는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채 무진을 만난다. 그런데 무진 또한 만만치 않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반 친구들의 단체 왕따에, 아버지와의 문제까지 끌어안고 있다. 하지만 둘은 그렇게 상처 투성이인 서로를 통해 치유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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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분위기를 일관적으로 고수하고 있는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떨까. 물론 둘의 러브스토리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부디 그 방식이나 결말이 고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이야기들처럼 주인공이 상처 따위는 없었다는 듯 끝나 버리는 엔딩은 아니기를. 그럴 때마다 독자 혹은 시청자인 나는 그 엔딩 때문에 앞선 상처가 사실은 별 것 아니었던 것처럼, 마치 유난을 떤 것처럼 느껴져 버리니까. 그런 의미에서 흉터는 남지만, 그래서 좀 보기는 싫지만 새로 돋은 살이 잘 아문 정도의 느낌이었으면 한다.

 

단행본으로 나온다면 두 권을 사서 한 권은 읽고, 나머지 한 권은 비닐도 뜯지 않은 채 소장하고 싶은 웹툰. 심해의 조각들. 지애 작가의 수준 높은 그림과 이야기에 빠져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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