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이아몬드 더스트 - 손으로 잡으면 사라질 것 같은 우리의 청춘

namu | 2016-06-19 01:24

 

 

 

‘북극에 가면 얼음조각들이 공기 중에 섞여서 떠다닌대…햇빛에 반사돼서 마치 다이아몬드처럼 반짝거리는데 다가가서 그 조각들을 손으로 잡으려 하면… 사라져 버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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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시도를 여러 번 한 것 같은 여자 주인공의 팔목이 보이는 예고편.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바로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향한다. 그녀는 천재 피아니스트 문혜린. 아버지의 죽음 이후 여러 번 자살 시도를 해왔다. 1988년을 회상하는 신. 재능이 문제가 아니라 부모 재력이 문제라는 말은 참 와 닿는 부분이다. 없다가도 만들어지는 것이 재능이다. 끈질기게 노력만 한다면 나머지는 돈이 알아서 해준다. 적어도 우리나라 예술은 말이다. 재력이 있으니 인맥도 있겠지. 참 씁쓸한 부분이다. 백남준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유복한 어린 시절의 문혜린이 그의 대표적인 설치 미술인 티비와 접촉하는 신도 인상적이다. 유복한 두 천재의 만남. 유유상종이라 했나. 앞서 말했던 부모의 재력이 예술가를 만든다는 것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혜린의 배경도 그녀에게는 저주같이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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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를 켜는 와이프에게 딱 잘라 당신은 재능이 없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예술에 대한 집착과 단호한 성격을 알 수 있다. 가문의 자존심을 이을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거라는 아버지. 말을 채 배우기도 전 앞날이 정해진 삶. 그녀의 여러 번에 걸친 자살시도는 이런 완고한 성격의 아버지와 주위의 기대도 한몫했을 거라 짐작된다. 손을 보호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끼워지는 장갑은 어떻게 보면 족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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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그녀는 성장했고, 이사 가기 전날에도 그의 피아노 선생님과 부모님을 등 뒤에 두고 연주를 하기 바쁘다. 그녀의 완벽에 가까운 피아노 연주가 귀에 들리는듯하다. 모두가 그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독일로 이사 가기 전날. 혜린은 선생님에게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며 자신만의 피아노를 찾을 거라 말한다. 자신에게 모두 검열을 거쳐야 한다고 말하는 아버지. 친구 사귈 틈도 없이 피아노만 쳐온 그녀의 삶.. 그녀에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여유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것 같다. 초코파이 박스 안에 모아놓은 매니큐어.. 아버지는 그녀의 등 뒤에서 나지막이 피아니스트는 매니큐어 칠하는 거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에겐 여자로서의 그 작은 사치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철저한 연습과 아버지의 감시 아래 일류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귀국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녀에게는 일주일 후 카네기홀 공연의 일정이 잡혀있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아빠의 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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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홀 연주 하루 전날. 그녀는 욕조에 누워 아빠가 돌아가신 것은 유감이지만 마음은 한결 편하다고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그녀를 짓누르던 모든 것이 해방되고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에 의한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갑작스러운 손가락 경직 증상으로 공연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그 후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지만, 그렇게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말았다. 그녀가 병원으로 실려온 이후 그녀는 서서히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혜린은 아버지가 살아생전 해주지 않은, 듣지 못 했던 말을 의사에게 듣는다. 그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말. 넌 네가 하고 싶은 걸 할 자격이 있다고. 그렇게 뛰쳐나간 병원 밖에서 주원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손가락은 마법처럼 움직이게 된다.

 

인디밴드의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이주원. 아르바이트 중에도 종양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은 그를 괴롭힌다. 잦은 기억 상실증으로 인해 내려야 할 버스정류장조차 잊어버리는 주원. 그는 기억이 날 때마다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다. 주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의 모습처럼 고단하고 힘들어 보인다. 아버지로 인해 자신의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 아직 깨닫지 못한 혜린과 그녀와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주원. 피아노를 치고 싶지만 칠 수 없는 그녀와 기타를 치고 싶지만 기타를 치는 법을 자꾸 잊는 그가 함께 손을 잡고 어떤 길로 걸어가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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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사실 강형규 작가의 많은 작품을 보았지만, 다이아몬드 더스트를 가장 좋아한다. 사람은 아무래도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작품에 더 많은 애정이 가는 것 같다. 라스트 완결 이후 비슷한 성향의 작품을 계속 내놓으면 작가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지겠다는 생각에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이아몬드 더스트의 연재를 결심했다는 작가에게서 아티스트로서 가져야 할 다양성에 대한 시도와 예술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프롤로그에 소개되었던 다이아몬드 더스트에 대한 묘사가 작품 전체를 꿰뚫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름답고 반짝거리지만 손에 넣으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초반 혜린이 주원의 병원비를 선뜻 내주면서 이 관계는 주원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듯싶어 보였지만, 사실 주원을 만남으로 인해서 인생의 참된 의미를 알아간 혜린에게는 그것이 돈으로도 살수 없던 값진 경험일 것이다. 아직도 이 작품의 마지막 여운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들이 서로를 알게 된 것이 서로의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다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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