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놈은 여고생 - 그놈이 여장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namu | 2015-08-20 06:14

 

 

 

남자가 여장을 한다면, 그것도 여장을 하고 학교에 잠입한다면 어떨까?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액션과 여성 독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아기자기함이 함께 만났다. 그놈은 여고생!

 

전교생 90%가 문제아인 왕지 고등학교에서 전국 최강이라는 소리를 듣는 남자 고등학생 최강배. 강배는 어릴 적부터 여동생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모두 응징해 왔으며, 패싸움을 하는 도중에도 여동생의 전화를 받으며 상냥하게 대답해줄 정도로 동생 강희를 끔찍이도 아낀다. (물론 이 부분에서 오빠가 나에게 그렇게 해줄 리가 없다. / 여동생이 그렇게 귀여울 리가 없다는 다소 현실적인 (?)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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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상 동생을 지켜주기 위해 강배는 강인한 남자가 되고 싶었던듯하다. 고3인데도 불구하고 열과 성을 다해 패싸움을 하고 다니는 강배는 정학이 아닌 퇴학을 당할 운명에 처하게 되고 우연히 들른 햄버거 집에서 왕따를 주도하는 학생(라희)이 동생 강희에게 콜라를 쏟아버리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이로 인해  라희를 응징하고 동생을 보호할 계획을 하게 된다.

 

동생 강희는 평소 비폭력주의자로 비치며 학교에서의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집에서 내색하지 않을 만큼 속이 깊다. 또 오빠의 거친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에 있어, 이 여장 아이디어 자체는 상당히 생뚱맞지만 코믹 웹툰 설정상 좋은 아이디어였고 스토리상 자연스러운 연결이 된다. 적어도 강배가 강희에게 자신인 것을 들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강배는 우연히 친구들이 BJ 중계방 사이트에서 여자 BJ를 감상하는 것을 본다. 하지만 이 BJ는 여자가 아닌 남자. 강배는 이 여장 BJ ’고미남'을 찾아내어 협박을 통해 자신을 여장을 시켜달라 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강배는 본격 남자가 봐도 아름다운 여성으로 거듭나게 된다. 강배가 여장 후 여고에서 실수로 여고생 라희의 가슴을 만지고 흐뭇해하는 장면은 90년대 청춘만화를 떠올리게 하고, 강배가 화장품 가게에서 화장품을 사서 혼자 인터넷 동영상을 보며 연습을 하는 모습은 여성 독자들에게 충분히 어필되는 대목이라 생각된다. 남성 독자와 여성 독자를 모두 끌어당기는 흔치않은 매력이 있다.

 

명랑 코믹 만화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그가 풀어내는 스토리는 우리 사회 내면의 어두움도 함께 가지고 있다. 만화에 깔린 왕따 그 자체에 대한 시선은 코믹 만화의 장르와 달리 그리 밝지만은 않다. 항상 이슈화가 되고 언제 끝날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왕따 문제.. 하이틴 만화에 단골 주제로 등장하는 ‘왕따' 문제는 영화와 만화 그 범주와 국가를 불문하고 나타난다. 라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왕따의 개념보다는 은따의 개념으로 강희는 라희 집단에게 집중적으로 괴롭힘을 당한다. 강희에게는 학교 친구들이 있지만 그 친구들 마저도 이 괴롭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폭력이 폭력을 부르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 묵인하는 학교, 도와주지 않는 선생님, 무슨 상황이 돌아가는 줄 알면서도 방관하는 같은 교실 내의 방관자들,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겠지 하고 피해자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사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풀려는 가해자. 절대 벗어날 수 없는 링 위에 놓인 것 같은 왕따 그 자체의 문제만 생각해도 이 말도 안 되는 사회에 크고 묵직하게 날려지는 강배의 펀치는 통쾌하다는 느낌마저도 든다. 불량 청소년을 훈계하다가 팔이 부러진 선생님, 그 선생님에게 돈봉투를 건네는 국회의원까지…바뀌어야 할 인식과 시스템은 너무도 많지만 이미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감조차 안 오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이 만화는 시대를 기록하고 우리를 생각하고 웃고 위로받게 만든다. 사회가 힘들고 바꿀 수조차 없어서 만화에서 위로를 받다니.. 참 재밌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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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사회 문제와 재미있는 학원 청춘물. 우리가 청춘만화를 보는 것은 즐거운 청춘을 추억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즐겁지만 현실적인 어두움을 함께 담고 있는 이 만화의 결말이 내심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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