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과거의 악연과 숨 막히는 치정극 "나쁜 상사"

오지상 | 2016-06-07 09:38

 

 

 

세상에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과 사람들의 관계, 그리고 딱 그만큼의 갈등과 싸움이 있을 것이다. 하다 못해 아무 이유 없이 다른 누군가를 미워하고 충돌하는 세상이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현대에 이르러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갈등의 원인은 ‘돈’과 ‘치정’ 문제가 아닌가 싶다. 돈은 두말할 필요 없이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약혼을 앞둔 사람이 의문의 살인을 당하면 80%의 확률로 약혼자가 범인이다’라는 추리물의 오랜 클리셰처럼 - 혹은 현실의 법칙 - 많은 사람들이 치정 문제 때문에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는 한다,

 

레진코믹스의 유명 웹툰 ‘나쁜 상사’에서 벌어지는 불행한 사건들도 결국 그 근본 원인을 따져보면 밑바탕에는 돈과 치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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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나쁜 상사’의 웹툰을 보면 회마다 앞부분에 무단 캡쳐, 게재에 대한 무시무시한 경고를 담은 문구가 나오는데, 주지하다시피 나쁜 상사는 레진코믹스의 극초기에 연재가 시작된 작품으로, 레진코믹스가 불펌 문제를 얼마나 민감하게 여겼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아무래도 유료로 돈 내고 보는 웹툰을 볼 때마다 경고문 비슷한 뭔가를 보게 되면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 같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향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대충 이렇다 ; “이 많은 년놈들 중에 좋은 놈은 (거의)없다”

 

‘권승규’는 작품에서 가장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다. 대학 시절 후배인 ‘김민’의 꼬드김에 넘어가 주식 투자를 했다가 등록금과 생활비를 날리고, 설상가상으로 김민이 그의 명의로 사채 빚까지 끌어다 쓰는 바람에 빚을 갚기 위해 졸지에 호스트가 되어 몸까지 팔게 된다. 유명 여배우인 ‘백혜미’를 물주로 잡아 어떻게든 빚을 갚고 손을 씻고 잠수를 탄 뒤에, 광고회사에 취업하여 이제는 유능한 샐러리맨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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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게 돌이킬 수 없는 오욕적인 과거를 안긴 ‘김민’이 회사의 신입으로 들어오자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김민은 마찬가지로 같은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는 ‘채영조’를 깊이 짝사랑하는데, 둘은 이전부터 같은 동네, 같은 학원에 다니며 친해진 사이였다.

 

이 뻔한 사실을 눈치 챈 승규는 김민에게 복수하고자 영조와 민의 사이를 갈라놓는 한편 영조를 농락하듯 유혹한다. 호스트로서 오랜 경험과 잘생긴 외모, 직장인으로서의 능력까지 갖춘 그에게는 매우 쉬운 일이었다. 동시에 직장 생활에서도 민은 심한 압박을 받고, 자연히 승규를 증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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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승규의 난잡한 과거 또한 영원히 묻어지지는 않는지라, 복잡한 여자관계와 주변 인물들의 개입 탓에 그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호스트 시절 물주였던 백혜미는 눈에 불을 켜고 승규를 찾고 있고, 육체적이고 가벼운 관계를 위해 만나기 시작한 ‘주세연’은 의외의 병적인 집착으로 그를 곤란에 빠지게 한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증오와 애정은 점차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람들은 극단적인 행동을 감행하기에 앞서 많은 제약을 받는다. 도덕적, 법적, 사회적 금기와 눈총이 발목을 잡는다. 그러나 감정에 휩싸여 이성을 잃거나, 환경적으로 제도의 사각지대, 이를 테면 매춘 업소나 폐쇄적 업계 같은 곳에 연루된 사람들은 손쉽게 극단에 물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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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상사’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파탄적인 사건들은, 그야말로 제정신인 년놈이 하나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지만, 그러면서도 전개 자체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차근차근 진행된 이야기를 통해 인물들은 이미 정신적, 물질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으며, 그들의 비틀린 관계와 성격을 떠올린다면 독자들은 경악할지언정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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