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한 삶 <혼자를 기르는 법>

홍난지 | 2016-11-09 15:46


[웹툰 리뷰]혼자를 기르는 법 - 김정연

다음웹툰 김정연 작가의 <혼자를 기르는 법> 썸네일 이미지


인테리어 회사에 근무하는 이시다는 가족으로부터 독립해 혼자 살고 있다. 기분 따위 고려하지 않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면서 허락받을 필요도 없다. 내가 나이기 위해 모든 것을 허락받지 않아도 되는 삶이 시작되었다.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높은 고정관념의 벽이 있다. 이미 만들어진 고정관념은 개인보단 집단의, 소수보다는 다수의 가치관이나 방식이 강요된다. 변화하지 않는 고정된 틀 안에서는 다양성이라는 이름은 허용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의 인생의 궤적이 생과 사로 저무는 보편성을 갖고 있지만 살아가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그렇기에 강요할 수도 강요당할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대개 공동체에 속하게 되므로 이미 만들어진 틀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성장한다.

틀 안에서의 삶은 안전과 안정을 보장받지만 내가 나로 살기 위한 욕망은 종종 무시된다. 그렇기에 내가 나로 살기 위해서는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버려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나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이 그동안 내가 속해있던 곳과의 이별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꽤나 슬픈 일이다. 이시다는 이러한 이야기를 꽤나 담담하게 유머 있게 그려낸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때로는 차갑고 서슬 퍼렇고 낯설지만, 때로는 따뜻하고 신명나는 곳이다. 이시다는 그렇게 혼자 세상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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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웹툰 김정연 작가의 <혼자를 기르는 법> 36화 중에서
성인인 이시다가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독립 때문이다
.



우리를 구속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시다는 누군가에게 강요당한 삶을 살지 않기 위해 혼자의 삶을 선택한다. 독립하는 과정이 자세하게 그려지진 않지만 편린들을 종합해보면 이시다는 자신의 생각을 갖고 모든 일들을 결정하고 싶었으며 그러기 위해 안동에서 서울로 이사를 한다. 직업을 갖고 있지만 서울에서 집을 얻을 수 있을 만큼 경제적 안정을 찾진 못했기에 고시원을 선택한다. 처음으로 월세방을 구하기로 결심하고 부모님께 도움을 청했을 때 경제적인 이유로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답답하게 다가온다. 이시다를 구속하는 건 어쩌면 가족이 아니었을 수 있다. 거대한 사회가 청춘들을 향해 짓누르는 무게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삶을 무시하는 공동체의 무게.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한 혼자를 기르는 방법

이시다는 일상의 여러 단상을 통해 삶을 관조하고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고 화두를 던진다. 그의 이야기에 강제성은 없으나 제시하는 관점이나 화두는 독자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날카롭다. 이시다는 자신이 던지는 화두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장한다. 이시다의 혼자 사는 삶은 그가 누구인지 하나씩 차곡차곡 쌓는 과정이다. 독자 또한 이시다가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래서 혼자 사는 방법이 아니라 혼자를 기르는방법이 아닐까.


홍난지(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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