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컷툰의 즐거움

홍난지 | 2017-03-17 13:34


컷툰의 즐거움

네이버웹툰에서 스마트폰에 화면에 최적화된 보기 방식으로 제시한 컷툰



만화가 인터넷이라는 공간과 조우하면서 독자에게 보이는 형식에 대한 고민이 다각화되었다. 세로스크롤 중심의 웹툰이 자리잡기까지, 기존의 출판만화를 스캔하여 옆으로 넘겨보는 형식, 플래시 프로그램을 이용한 영상과 만화의 중간 형태인 플래시툰, 독자의 선택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인터랙티브툰 등이 있었듯이, 컷툰이 안정화되기까지 스마트폰 화면에 맞는 여러 웹툰 형식들이 실험되었다. 그 중 가장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볼 수 있는 형식이 컷툰이다.


 

일상, 개그 장르 중심의 컷툰

현재(2017.3.16) 네이버 웹툰에서 컷툰으로 서비스되는 웹툰은 <대학일기>, <부부생활>, <놓지마정신줄>, <첩보의 별 시즌2>, <유미의 세포들>, <잡다한컷>, <밥 먹고 갈래요?>, <공대생 너무만화>, <야부리맨>, <오늘도 핸드메이드>로 대부분의 웹툰 장르가 일상’, ‘개그. 몇몇 장르로 컷툰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컷툰의 형식과 효과

컷툰은 손으로 슬라이딩해 다음 컷을 볼 수 있으며 한 화면에 한 컷 내지 두 컷정도가 나타난다. 세로스크롤 웹툰이 마우스로 물 흐르듯 유려하게 다음 컷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컷툰은 다음 컷으로의 흐름이 끊어지는 듯 느껴진다. 이것을 음악에 비유한다면 레가토(legato)’스타카토(staccato)’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끊겨진 컷과 컷, 칸과 칸 사이의 연결은 독자로 하여금 다음 컷으로의 이동의 순간 몰입을 방해받게 된다. 순간적인 몰입의 방해, 이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이 어떠한 것을 감상하고 있다는 사실과 캐릭터와의 자기동일시에서 빠져나온다.


캐릭터와 자연스러운 거리를 확인하게 될 때 비로소 독자는 웃을 준비를 하게 된다. 반대로 말하면, 다음 컷을 보기 위해 슬라이딩 하는 행위와 스타카토처럼 끊어지듯 등장하는 다음 컷은 스토리와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유도하여 공감과 연민을 얻어내야 하는 스토리 중심의 장르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컷툰의 즐거움

컷툰의 즐거움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환경에 맞게 재단된 컷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르의 적용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웹툰은 매체에 최적화된 형태를 고민하며 여러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실험들이 효과적일 수 있는 변수 중 하나는 적합합 장르와의 접합이며 이를 통해 웹툰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을 좁혀갈 수 있을 것이다.



홍난지(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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