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년 앞에 놓인 두 개의 갈림길 <후레자식>

홍난지 | 2017-02-16 11:25

 소년 앞에 놓인 두 개의 갈림길 <후레자식>



[웹툰 리뷰]후레자식 - 김칸비 팀 겟네임 황영찬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완료한 김칸비/황영찬 작가의 <후레자식> 썸네일 이미지




스릴러와 소년만화의 경계

<후레자식>은 팀겟네임으로 활약하던 김칸비가 글을 쓰고 황영찬이 작화를 그린 웹툰이다. 근래의 많은 대중 콘텐츠들이 그러하듯 <후레자식>도 한 가지의 장르로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주요 캐릭터가 살인마 아버지와 살인을 돕는 아들이라는 점에서 스릴러, 살인마 아들의 성장을 다룬다는 점에서 소년만화의 장르문법을 따를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어찌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조합을, 그럴듯함을 넘어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낸 작가와 작화가의 합이 돋보인다.

 

불행한 소년의 조건

<후레자식>의 선우진은 불우하다. 아버지 선우동수는 사회의 명망과 신뢰를 얻고 있는 거대 기업의 총수이며 아내를 일찍 떠나보내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아들, 선우진은 불행하다. 표면적으로 아무 일 없어 보이는 이 부자에게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애정이 없다. 선우진에게는 살기 위해 해야 하는 끔찍한 일들과 황량한 마음을 함부로 터놓을 수 없는 답답함만 있을 뿐이고 선우동수에게는 자신만을 위한 욕망과 타인에 대한 기만만 있을 뿐이다.


선우진의 불행은 아버지가 어떠한 사람인지, 그리고 자신이 아버지를 돕는 것이 어떠한 일인지를 인식하면서 시작된다. 선우동수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사람을 살해하는 살인마다. 어린시절부터 어머니 없이 살인마 아버지와 살면서 의도치 않게 아버지의 살인을 도왔던 선우진은 자신도 공범자라는 생각과 아버지에 대한 공포감에 어찌해야할 바를 모른다. 다만, ‘계속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라는 자각은 깨어있다.


[웹툰 리뷰]후레자식 - 김칸비 팀 겟네임 황영찬

네이버 웹툰, <후레자식> 3화 중에서
– <후레자식>의 관전포인트, 선우동수의 태세전환

    


소년이 발견한 또 하나의 길

그러던 중 선우진의 학교에 윤견이라는 전학생이 나타나면서 소년에게 또 하나의 갈림길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게 된다. 윤견에 대한 사랑과 그녀를 지키고 싶다는 욕망은 선우진으로 하여금 새로운 갈림길을 개척할 힘을 주었다. 마치 공주를 구하러 도전하는 고전 게임의 주인공, ‘페르시아 왕자처럼.


[웹툰 리뷰]후레자식 - 김칸비 팀 겟네임 황영찬

네이버 웹툰, <후레자식> 2화 중에서
– 선우진에게 나타난 새로운 갈림길, 윤 견. 선우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스릴러 + 소년의 성장

스릴러에서 얻을 수 있는 감성은 공포와 연민, 안도감이다. 언제든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공포와 그 일을 맞게 되는 캐릭터에 대한 연민, 캐릭터가 겪은 공포는 현실의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 이것이 독자가 스릴러에서 대부분 느낄 수 있는 감성일 것이다. <후레자식>은 이러한 감성에 소년의 성장을 더하여 선우진이 처한 상황에 대한 개연성과 어려움을 이겨낸 것에 대한 안도감으로 이야기의 몰입을 강화시켰다. 강렬하고 낯설게 시작한 이야기를 결말까지 유려하게 끌고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야기의 설정은 낯설고 강렬하지만, 소년의 방황과 불분명한 미래, 그것을 개척해 나아가야 하는 숙명은 어떠한 시대라도 소년이 겪게 되는 성장통이자 통과의례다. 소년들에게 불우한 환경이 없다면 개척해야할 의지나 상황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소년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아버지 혹은 전 세대는 소년이 더 큰 세계를 나아가기 위해 파괴해야할 세계이다. , 선우진은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소년의 모습이고, 거기에 강렬한 조미료로서 알을 깨고 나와야 할 대상인 사이코 살인마아버지가 첨가되어 조화로워진 것이다.


<후레자식>이 연재 기간 대중성을 얻으며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으리라 짐작된다. 두 개의 갈림길에 서 있는 소년들이 믿음으로 불안을 떨치고 자신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홍난지(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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