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대를 관통하는 감수성 <리안소울의 엑소클럽>

홍난지 | 2017-04-18 09:37


시대를 관통하는 감수성 <리안소울의 엑소클럽>


[웹툰 리뷰]리안소울의 엑소클럽 - 박희정 신진오

다음 웹툰에 연재 중인 박희정/신지오 작가의 <리안소울의 엑소클럽> 썸네일 이미지



1994년의 <호텔 아프리카>에서 2017년의 <리안소울의 엑소클럽>까지

1993년부터 윙크에서 연재를 시작한 박희정 작가는 출판물로 인쇄되던 만화에서 보여주던 영화적 연출을 웹의 세로스크롤 공간으로 옮겨와 그 능력을 다시금 상기시켜주고 있다. 윙크에 연재되던 <호텔 아프리카>는 정지된 이미지에서 미국 유타주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바람에 펄럭이는 빨랫감들이 눈앞을 가리는 듯한 환영을 보여 주었고, <마틴 앤 존>에서는 각각의 사랑에 대해 설득력 있게 묘사했던 24년 내공의 만화가 박희정이다. 1990년대 만화잡지 구독하던 독자들은 박희정 작가의 연출 내공을 기억할 것이다. 신기한 것은 매체를 옮겨 온 이후 그 능력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화의 아름다움과 세련된 색감, 이야기를 전달하는 연출적 능력까지.



[웹툰 리뷰]리안소울의 엑소클럽 - 박희정 신진오   




세로스크롤의 반전적 연출로 전달되는 공포물의 클리셰

만화에서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미지와 글의 조화로서 효과적으로 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연출은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매체의 특성과 독자의 시선 등을 고려하는 방법적인 고민을 통해 이루어진다. 여기에 정답에 가까운 사례로 보일 수 있는 웹툰이 있는데, 박희정, 신지오 작가의 <리안소울의 엑소클럽>이다. <리안소울의 엑소클럽>은 이미지의 조형적 아름다움과 스토리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세로스크롤에 특화된 연출로 독자로 하여금 내용에 대한 압도적인 몰입을 이끈다.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소울과 귀신을 감지하는 능력을 가진 리안이 악귀를 물리치는 공포물인 <리안소울의 엑소클럽>은 장르 특유의 클리셰인 반전적 놀람으로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소울과 리안의 구마가로서의 삶

귀신을 보는 능력이 탁월한 소울은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인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리안은 대대로 이어지는 퇴마사의 운명을 타고났지만 악귀의 저주에 의해 심장을 잃었으며, 귀신을 볼 수 없다는 결핍을 갖고 있다.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숨기려 하는 소울과 결핍이 있어 욕망을 표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리안은 운명적으로 만나 저주계사건을 해결하는 일에 참여한다. 소울이 가진 능력은 아직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지만, 그의 의지에 따라 점차 구마가로서의 삶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출판만화에서 웹툰으로의 완벽한 전이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것은 신지오 작가의 안정감 있는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박희정작가의 작화와 연출이다. 박희정이 그려낸 <리안소울의 엑소클럽>의 작화를 감상하면 1993년 윙크에 연재했던 1994년작 <호텔 아프리카>, 그 후 여러 출판만화에서 보이던 연출과 감각적 스타일은 매체와 시대를 한참이나 건너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과 매체의 변화를 감지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전이해왔음을 보여준다.

1990년대 그의 만화는 당시에도 새로운 감성을 주도하는 감각적인 작품들이었다. 당대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현재 작업을 이어가는 점에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움을 느끼지만 추억으로서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작가로서의 감수성과 작품에 경이를 표하고 싶다.


 

홍난지(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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