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덤덤하고 섬세하게 읊조리는 <Ho!>

홍난지 | 2017-03-24 09:37

덤덤하고 섬세하게 읊조리는 


[웹툰 리뷰]Ho! - 억수씨

완결된 네이버 웹툰, 억수씨 작가의  <Ho!> 썸네일 이미지


는 청각 장애를 가진 Ho와 오랜 기간 인연을 맺다 사랑에 빠지게 된 김원이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첫 회에서 이미 두 사람이 결혼을 할 것이란 내용부터 등장하기에 결과를 알아버린 독자들은 해피엔딩을 예약 받고 감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말을 알고 보는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를 감상하면 좀처럼 멈출 수가 없다. 는 독자를 끌어당기는 특별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Ho!>가 이야기하는 로맨스 장르

로맨스 장르는 많은 사랑을 받는 장르이기에 수없이 반복되면서 익숙하고 뻔한 클리셰들이 등장한다. 대개는 해피엔딩이고 몇몇은 안타깝게 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말보다 주목하게 되는 부분은 그들이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과정이다. 그런 면에서 는 이미 결말을 노출했기에 더욱 과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가에 주목하게 된다. 무엇을 말할 것인지는 정해졌으므로.


김원이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에 올라왔다. 홀로서기를 하고 싶어 선택한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 첫 날 Ho를 만난다. Ho는 후천적으로 청력을 거의 잃어버린 소녀였고 그녀에게 수학을 가르쳐주는 것이 원이의 첫 임무였다. 강렬하고 운명적일 수 있는 첫 만남이 일상처럼 별 일 아닌 듯 담백하게 흘러간다. 불현 듯 등장하는 섬세한 컷에서 감정을 크게 요동치게 만들지만 순간적으로 지나가기에 평온하다. 순간적인 감정의 요동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기 까지 가 말하는 스타일은 조용하고 나지막하다. 작은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게 되는 것처럼.



[웹툰 리뷰]Ho! - 억수씨
네이버웹툰 2화 중에서
김원이와 처음 선생님과 제자로 만나 원이의 설명을 듣고 수학문제는 푸는 Ho의 모습.
Ho가 문제를 풀다가 슬쩍 원이를 쳐다본 세 번째 컷은 원이가 눈치 챈 모습일까, 원이가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는 작가의 암시일까.




감성의 기억으로 추억하는

조용하고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의 스타일이 김원이의 무덤덤한 성격 때문인지, Ho가 가진 청각 장애 때문인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원이와 Ho가 오랜 기간에 걸쳐 맺어진 인연이기에 회상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에서 일상의 추억처럼 감정에 결핍과 과잉이 큰 낙차로 나타난다. 무언가를 추억할 때 자신의 기준으로 편집한 동영상을 끄집어내듯이,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일 수 없는 감정의 나열과 재배치, 그것을 이야기하는 1인칭 시점은 있는 그대로를 듣는 것 같은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일상에서 포착하는 무심한 듯, 또는 폭발하는 감성

는 일본의 '2ch'라는 사이트에서 작성된 게시물을 바탕으로 각색된 작품이다. 원작이 게시물이었으므로 현실감과 생생함이 에서 전달되는 것일 수 있다. 독자들이 매우 개인적인 매체(PC 혹은 스마트폰)로 보기에 의 말하기 방식이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원이와 Ho의 사랑이야기가 사실인 것처럼 귀 기울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가 특별한 것은 작가의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덤덤한 듯 섬세하게, 스쳐지나가는 일상에서의 감성을 포착하고 그것을 증폭해내는 방식말이다.



홍난지(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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