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그웹툰의 경계요소, 웃음의 공격성

홍난지 | 2017-04-28 09:57


웃음은 재미를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반응

웃음은 작품의 재미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반응이다. 개인의 취향 차이에 따라 좋아하는 장르, 작품, 작가가 나누어지듯, 웃음도 주관적인 차이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유발시키는 클리셰가 있기에 개그, 코믹이라는 장르가 생겨났을 것이다.


  개그웹툰의 경계요소, 웃음의 공격성

1924년 조선일보에 게재되었던 안재홍, 이상협, 노수현의 <멍텅구리 헛물켜기>


한국에서는 1920년대 미국에서 인기를 얻은 부르주아 중심의 코믹만화인 조지 맥머너스의 <아빠 기르기(Bringing Up Farther)>의 영향을 받아 <멍텅구리 헛물켜기>, <허풍선이 모험기담>가 잇달아 창작되면서 우스개만화의 역사가 시작된다. 우스개만화는 신문연재에서 잡지로 이주하면서 아동을 위한 명랑만화로 내러티브의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러나 한국의 명랑만화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쇠퇴하게 된다. 골목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이야기가 더 이상 동시대의 어린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하지 못했던 것이다.



웃기는 만화는 동시대적 공감이 중요하다

시대와 매체, 세대의 변화에 따라 내러티브가 변하는 것은 비단 개그/코믹 장르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개그/코믹 장르에서 동시대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웃음의 성질에 있다. ‘공감’, ‘조소(嘲笑)’는 웃음의 대표적인 특성인데 친밀감과 공유거리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상툰의 경우 독자로 하여금 공감의 웃음을 유발한다.

    

비웃음의 공격성

조소는 비웃는다는 뜻으로 어떠한 대상의 실수나 불행, 어리석음 등을 보고 우월감, 안도감을 느꼈을 때 나오는 웃음을 말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웃음의 공격성을 간파한 이래로 웃음은 진지함에서 위배되고 남을 직접적으로 비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론화되지 못하고 천대받았다.

웃음의 가능성을 새롭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공감과 풍자를 통한 조소였다. , 어떠한 대상에 대하여 경멸, 조롱, 놀림, 모멸감을 줌으로써 우월감의 적극적인 만족감으로 웃는 방식이 아니라, 풍자처럼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절대적인 상대를 웃음의 대상으로 삼아, 직접적인 공격을 피하고 간접적으로 즐거움을 얻는 양식에서 장난스러운 공격성을 갖게 된 것이다.

    

장난스러운 공격성의 전제조건

웃음은 요한 하위징아, 로저 카유아가 놀이이론을 정립하고, 찰스 그루너가 유머와 놀이를 결합시킴으로써 신체적 공격이나 타인을 다치게 하는 행위가 수반되지 않는 장난스러운 공격성을 가진 놀이의 결과로서 일컬어지고 있다. 일상의 위계와 질서에서 자유로운 놀이의 세계는 즐거움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의 공간이며 이 곳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그렇기에 공감과 조소라는 양면의 성격을 가진 웃음을 놀이의 공간이기에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



위계로부터 자유롭기에 평등한 놀이의 공간

웃음은 공격적이다. 그렇기에 많은 고대의 이론가들이 웃음에 대하여 엄중했다. 현재는 웃음의 지위가 회복되었다 하더라도 고대의 이론가들이 우려했던 공격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웃음을 유발하려 한다면,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칼을 휘두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웃음의 공격성은 누군가를 실제로 다치게 하지 않는 장난스러운 공격에 의해서만 통용될 수 있다. 또한 장난이 장난스러울 수 있는 것은 위계로부터 자유로운 평등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홍난지(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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