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너무나 현실적인, 그래서 희망적인 <열정호구>

홍난지 | 2017-02-23 09:14

너무나 현실 적인, 그래서 희망적인 <열정호구>


[웹툰 리뷰]열정호구 - 솔뱅이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솔뱅이 작가의 <열정호구> 썸네일 이미지




주인공을 괴롭히는 적대자의 강력한 힘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독자가 깊은 공감을 하기 위해서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적대자의 힘을 강력하게 묘사해야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맞붙잡고 있는 주인공과 적대자의 힘이 막상막하일 때 손에 땀을 쥐게 되며 주인공이 강력한 힘에 대항하다가 극적으로 승리를 거머쥘 때 독자는 쾌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공식이 흔하게 보이는 것은 영웅이 등장하는 액션장르다. 액션도 아닌 일상물에서 주인공에게 공감이외의 감정을 갖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상의 주인공에게 막강한 힘을 가진 적대자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의 적대자, 직장상사 조옵쌀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열정호구>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동시대의 청년들에게 있어 <슈퍼맨>의 렉스 루터박사, <배트맨>의 조커와 같은 인물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조옵쌀’. 신입사원에 대한 이해심이 좁쌀만큼도 없다는 뜻으로 예측되는 상징적인 이름의 조옵쌀 대리는 <열정호구>의 주인공 박소연의 첫 직장에서 만난 상사이다. 박소연은 현 시대의 여느 청년들처럼 구직의 어려움을 겪었고, 시사만화가로서 진상닷컴에 입사한 사회 초년생이다. 직장인으로서의 기쁨을 만끽한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부당함과 맞서게 된다.


   

부당한 노동의 미끼, ‘정규직

만화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전혀 없는 조옵쌀은 입사 ‘6개월 후 정직원 전환이라는 미끼로 신입사원에게 강도 높은 노동을 요구하고 박소연은 정규직을 얻기 위해 부당함을 감수한다. 조옵쌀이 원하는 시사만화가의 요건은 서른 번이 넘는 수정을 감수한 채 하루에 한 번씩 업데이트 할 수 있는 웹툰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것을 해낼 수 있는 사원은 조옵쌀이 경외하고 총애했던 은지씨뿐이었다. 은지씨는 식사도 거른 채 고된 업무량을 묵묵히 해내다 두 달만에 퇴사했다. 그녀가 퇴사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됐든 조옵쌀에게 은지씨는 시사만화가로서의 표준이 되었고, 은지씨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은지씨 만큼의 노동량과 업무량을 해내라고 요구했다.

  


현실과 닮아 더욱 공포스러운

<열정호구>의 조옵쌀은 초인적 적대자가 아니다. 오히려 조옵쌀을 보며 느껴지는 공포감과 적개심은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강화된다. 렉스 루터나 조커의 행동이 힘이나 파괴력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이 월등할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상이라는 점에서 마음 한 편으로 안도감을 느낀다. 그러나 조옵쌀은 현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인물이며, 이는 회사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여지없이 공감할 수 있는 흔한 캐릭터, 풍경이라는 점에서 허망하고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으로 비춰지는 진상닷컴에 계속해서 다니는 박소연에게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몇 년 전 청년들을 위로하는 책이 공감을 사지 못했던 것처럼, 청년 시기는 원래 아픈 것이며 그것을 이겨내야만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부모님의 조언은 그녀를 불합리와 부당함을 견뎌야 한다는 틀에 가두어 버린다. 수직관계 안에서의 권위에의 압박. 이것은 박소연의 삶 안팎에서 그녀를 가두는 굴레가 되어버렸다.


  [웹툰 리뷰]열정호구 - 솔뱅이

<열정호구> 11, '정규직' - 소연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던 정규직 전환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모든 주인공은 모든 조건을 이겨낼 힘이 있다

인생에서 꼭 그래야하는 것은 없다. 그래야 좋은 것도 없다. 좋고 나쁜 것은 상대적인 것이므로 그것을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도 본인의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열정호구>를 감상하는 모든 독자들의 공공의 적 조옵쌀과 진상닷컴. 그들에게서 우리가 얻게 되는 감정들은 현실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이라 더욱 슬프고 황망하지만 그렇기에 현실을 살고 있는 나에게 이겨낼 힘이 있음을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모든 주인공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적을 이겨낼 강력한 힘을 내포하고 있다. <열정호구>의 희망적 결말이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시대의 청년의 대표자인 박소연이 어떻게 자신의 힘을 인지하고 조옵쌀과 진상닷컴을 물리칠지 말이다.



홍난지(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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