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재 유럽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례없는 피해와 프랑스 만화 산업의 대응.

윤보경 | 2020-04-10 10:32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례없는 피해와 프랑스 만화 산업의 대응.

윤보경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인해,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3월 중순부터 강도 높은 이동 제한령이 내려졌다. 단순히 사람들의 통행만을 제한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행동 외의 모든 활동을 제한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약 한 달 간의 기간으로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 이동 제한령이 예상되었지만, 프랑스 정부는 불가피하게 그 기간을 연장하기로 발표했다. 4월 13일에 있었던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동 제한령 기간을 다시 5월 중순까지로 연장했다. 5월 11일이라는 구체적 날짜를 밝히긴 했지만 이동 제한령의 해제는 점진적으로 (지역별, 연령별) 진행될 것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다시 연장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경제 전반을 후퇴시키는 유례가 없는 현 상황은 만화/문화 산업에도 큰 피해를 가져왔다. 작가들과 번역가, 출판사, 인쇄소, 배급사, 소형/대형 서점, 전시 (갤러리) 관련 종사자, 만화축제 관련 종사자 등 산업 전반이 입은 손해도 그 유례가 없다. 작가들은 신간 프로모션과 홍보 기회를 잃어버렸고, 출판사는 신간 출간을 기약 없이 미룰 수밖에 없었으며, 서점들은 묵혀진 책들을 방치하고 매출 없이 상점 임대료만을 계속 지불하는 등, 각 부문의 고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자구책으로 인터넷 서점에서의 책 구매를 홍보하고는 있지만, 문제의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인터넷 구매 배송이 꽤나 느린 편이기 때문인데, 원래부터 한국에 비해 배송이 느렸지만 이번 이동 제한령을 통해 우체부나 택배 기사들의 업무 횟수를 줄이며 더 더욱 느려졌다. 또한, 많은 독자들의 공포심이 책 구매를 주저하게 한다. ‘책 위에 붙은 바이러스는 몇 일간 생존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이어질 만큼 외부의 물건을 집 안으로 반입하는 것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포심을 갖고 있다. 게다가 프랑스 독자들은 책을 직접 보고 구매하는 습관을 갖고 있는데, 한번 굳혀진 습관을 굳이 바꾸지는 않는다. 
프랑스 만화 산업의 특징 가운데 하나였던, 활발한 지역 페스티벌은 소규모의 독립 만화 출판사와 프리랜서 작가들에게 즉각적인 매출을 가져왔었다. 하지만 크고 작은 만화 페스티벌이 행사 전면 취소 혹은 기약 없이 연기가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축제 운영회와 축제 참여가 예정되어 있던 작가들의 고민이 깊다. 


41-1.jpg
<올해 6월 개최 예정이었던 축제를 취소하는 스트라스부르그 지역 만화 축제>


41-2.jpg
< 올해 7월 개최 예정이었던 행사를 취소하는 파리의 제팬 엑스포>

캐나다의 몬트리올 만화 페스티벌은 올해 축제를 공식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예정되어 있던 창작 워크샵이나 작가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 작가와의 대담 등을 인터넷으로 중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정되어 있던 모든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전환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이번 위기를 극복해보겠다는 고민이 담겨있다. 문화 축제에 갈증을 느꼈던 독자들과, 작품 홍보와 소통을 위한 창구가 필요했던 작가들과 출판사들의 활발한 참여가 기대된다. 

41-3.jpg
<몬트리올 만화 페스티벌 온라인 진행을 알리는 공지>


유례없는 경제 위기로 프랑스 정부는 지원책을 발표했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출판 산업이 이번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선 1차적으로 5 백만 유로를 (한화 약 66억원) 투자하여, 작가들과 출판사, 서점, 축제/전시 관련 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즉각적인 어려움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우며, 책과 만화를 지지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할 것이라 발표했다. CNL (국립도서센터)는 서점과 출판사 등의 대출금 상환 기간이 연기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41-4.jpg
<출판 산업 구제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 발표>


41-5.jpg
<지원 신청을 안내하는 CNL(국립도서센터) 사이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 산업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화의 해, 2020년은 만화에게 끔찍한 한 해가 되고 있다’는 자조 섞인 토로는, 만화 산업이 현재 겪고 있는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2020년 만화의 해를 맞아 계획되었던 다양한 만화 지원 사업과 행사들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