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제한령 해지 이후, 프랑스 만화계.
이동제한령 해지 이후, 프랑스 만화계.
윤보경
3월 중순부터 시작된 전국민 이동제한령, 휴교령, 상점 및 음식점 휴점 명령 등으로 인해 프랑스의 모든 서점은 문을 닫고 정부의 지침이 내려질 때까지 대기 중이다. 막심한 경제적 손해와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없는 불투명한 상황을 감내하며 새로운 지침을 두 달 가까이 기다리고 있던 서점가 및 출판가 등 만화업계에서는 이동제한령의 점진적 해지 시점으로 지목되는 5월 11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만화 시장의 90 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출판계가
움직일 수 있는 시점은 오프라인 서점들이 문을 열 수 있게 되는 때이다. 신간 출간과 홍보가 가능하고, 서적 판매 및 재고 서적 반송, 서적 주문을 하는 등, 출판 업계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달간의 엄격한 규제와 서점의 장기 휴점으로 인해 만화 출판계는 전면 마비 상태였다. 프랑스 서점 노조는 ‘출판 생태계에 속해있던 이들의 전례 없던 파산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 정부를 향해 경고했다. ‘출판계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과 지원금도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덧붙였다. 서점 노조는 ‘필수적인 식료품점을 열게 했던 것과 같이, 최소한의 문화인 서적도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생필품으로 여겨 서점의 영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몇몇 서점들은 ‘생존 모드’로 운영을 했는데, 가게 내부로 손님을 들어오게 하는 등의 금지된
정상적 영업 대신,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통해 전화로
미리 주문한 책을 전달하거나, 동네 배달을 직접 하는 등의 자구책을 쓰고 있다.
대다수의 출판사들은 신간 출간 계획을 미룰 수 밖에 없었다. 2020년의 신간 스케줄이 올 3월 중순부터 꼬이기 시작하더니, 출간을 앞뒀던 책 목록만 앞으로의 기약 없이 계속 쌓여가고 있는 중이다. 서점 운영이 5월 중순부터 점진적으로 시작된다고 해도, 정체된 신간 출간을 한꺼번에 무작정 다 풀어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출판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대형 출판사 델쿠르 (Delcourt)의 에디터는 ‘현 상황이 내년 출간의 책 스케줄에 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모든 신간들이 독자들로부터 주목 받을 수 있도록, 신간 한 권 한 권이 각각의 기회를 갖기 위해서라도 절대 한꺼번에 신간 출간을 해치워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5월 11일 이후 전국적 이동제한령은 점진적으로 해지될 것이다. 서점의 문이 열리고 나면, 출판계 시스템은 잃어버린 지난 두 달을 보상받기 위해 또한 기존의 리듬을 찾아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할 것이다. 프랑스 각 지역의 도서관이나 미디어테크, 국립 만화이미지센터 등과 같은 문화 예술 기관도 그 문을 열고 방문객을 조금씩 맞이 하게 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다만 각 기관에서 예정하고 있던, 2020년 만화의 해를 맞아 준비했던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들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이다.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문화 행사나 축제 등은 이동제한령 해지 이후에도 계속 금하기 때문이다. 이에 문화부는 2021년 6월까지 ‘만화의 해’를 연장하기로 하였으며, 미뤄둔 행사들도 모두 치를 수 있도록 스케줄을 조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