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웹툰과 드라마를 매개하는 ‘로맨스’

한국콘텐츠진흥원 | 2020-05-20 15:58

웹툰과 드라마를
매개하는 ‘로맨스’


‘로맨스’는 남녀의 연애담이라는
장르의 요체와 함께, 여성의 현실을 반영한다.
매체에 따라 각기 다른 역사와 관습을 가진
‘로맨스’ 콘텐츠들은 이제 서로 간섭하고
영향을 주고받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며 창작되고 있다.

글 손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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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정경윤 작)에서 로맨스 웹툰(김명미 작화)으로
그리고 로맨스 드라마(tvN)로 트랜스된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드라마의 영상은 웹툰의 이미지을 되살리는 데 나름 충실했다.
.


오늘날 하나의 원천 스토리는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서 각자의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 시대다. 모바일을통해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른바 스낵컬처의 가장 대표적인 콘텐츠인 웹툰과 웹소설 작품들이 영화·드라마·게임 등의 다양한 콘텐츠에 알맞게 ‘트랜스’되고 확장된다. 그중에서도 단연 로 맨스 웹툰의 드라마화 강세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김 비서가 왜 그 럴까>,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등에 이어,

<녹두전>(드라마 제목은 <조선로코 녹두전>), <어쩌다 발견한 7월> 등의 작품이 드라마로 올해 방영 예정에 있으며, <연놈>, <오늘도 사 랑스럽개>, <좋아하는 부분> 등 다양한 로맨스 웹툰 역시 곧 드라마 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로맨스 웹툰에 대한 드라마의 열광적인 러브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글에서는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 시 대의 장르로서 ‘로맨스’를 탐구하고, 우리 시대 ‘로맨스’ 장르가 대중적 소비 지형에 어떤 축을 맡고 있는지를 로맨스 웹툰의 트랜스 현상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어차피 드라마는 ‘로맨스 판’이 아니었던가?”
옛날 유머이기는 하지만, 지금도 웹상에서 떠도는 농담이 하나 있다. “미국 드라마는 형사가 수사하고, 의사가 진료를 본다. 일본 드라마 는 형사가 교훈을 주고, 의사가 교훈을 준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는 형사가 연애하고, 의사가 연애한다.” 형사와 의사가 등장하는 미국· 일본·한국의 드라마 특징을 각각 한 문장으로 정리해놓은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드라마의 전문성이나 도덕성은 차치하더라도, 한국 드 라마의 로맨스 강세 현상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십분 공감할 것이다. 따라서 혹자는 한 편의 로맨스 스토리가 웹툰에서 드라마로 트랜스 되는 요즘의 현상에 별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드라마 는 ‘로맨스 판’이 아니었던가?” 철 지난 유머가 던진 질문은 또 다른 질문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정말 텔레비전 드라마는 ‘로맨스 판’이었 나? 만약 그렇다면, 로맨스 웹툰이 트랜스된 로맨스 드라마는 이전 의 로맨스 드라마와 무슨 차이라도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사실 각 미디어 콘텐츠의 장르 분류와 관습, 계보를 콘텐츠별로 세 세하게 들춰보아야 하는 복잡한 문제로 이어진다. 여기서 우리는 로 맨스 웹툰과 로맨스 드라마 사이를 매개하는 ‘로맨스’라는 장르의 문 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로맨스라는 용어 자체는 남녀의 사랑이 들어가는 이야기를 명명할 때 주로 쓰인다. 그러나 하나의 장르를 지칭하는 말로서는 어느 상 황에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형식이나 양식을 일컫는 용 어일 수도 있으며 혹은 그 하위에 들어가는 상대적으로 작은 범위의 콘텐츠를 분류하는 체계일 수도 있다. 문학을 예로 들자면, 로맨스 (로망스)는 소설(novel)이 등장하기 전까지 읽혔던 환상적인 기사의 모험담이나 궁중 연애물을 일컫는 장르를 지칭하는 용어기도 하면 서, (특히 한국에서는) ‘할리퀸’으로부터 시작된 장르 소설의 한 축 을 담당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물론 이 글에서 다루려는 드라마와 웹툰(만화)의 경우는 조금 다르 다. 주지하다시피 드라마에서는 멜로드라마, 로맨틱 코미디라는 극 용어를 통해 장르를 구분해두었다. 두 장르 모두 연애담을 통해 한 명의 개인이 사회적 관습과의 갈등을 보여주되, 신파성이 가미된 비 극적 장르가 멜로드라마라면, 로맨틱 코미디는 발랄하고 코믹하게 그 과정을 그려내는 장르다. 웹툰의 경우는 어떠한가. 웹툰을 서비스 하는 다수의 플랫폼에서는 ‘순정’이나 ‘연애’ 따위의 장르 분류를 사 용한다. 당연히 순정만화의 계보를 잇는 분류 체계임을 쉽사리 알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장르 관습에 따라 세심하게 작품을 분류, 의미화하는 일을 독려하 기 위해 용어를 점검한 것은 아니다. 사실상 각각의 매체와 장르의 관습성과는 별개로, 스토리의 메인 플롯에 남녀의 사랑이 두드러지 게 나타나면 대중들은 단순히 그 콘텐츠를 로맨스라 여긴다. 미디어 플랫폼 역시 대중의 소비를 끌어내는 방편으로 로맨스라는 용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물론 로맨스라는 말 자체가 광범한 용어다. 

남녀의 사랑 이야기라면 모조리 로맨스라 일컬을 수 있으므로, 혹자 는 로맨스가 장르로서 성립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 다. 다른 어떤 이는 남녀의 연애담만 한 보편적인 이야기는 없다는 의견과 함께 장르의 대중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점차 로맨스 는 매우 구체적이고 특수한 미디어 콘텐츠의 한 장르를 가리키는 용 어가 되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여성과 남성의 애정사를 다루는 것 뿐만 아니라, 여성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로맨스’로 불리는 것이다.


여성의 장르, ‘로맨스’
콘텐츠 시장에서 ‘로맨스’는 여성 소비자를 유인하는 말이다. 로맨 스 웹툰의 경우, 순정만화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여성 소비자와 의 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다. 1950년대, ‘순정’이라는 표제를 달고 등장한 소설과 만화는 10대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1950년대 순정만화 속 소녀 주인공들은 비극적 처지에 놓인 연 민의 대상으로 그려졌다. 1) 1970년대 심의 문제와 시장실패 이후, <캔디 캔디>의 텔레비전 방영과 해적판 일본 소녀만화가 새로운 독 자층을 키워낸 1980년대 초에야 여성 대상의 만화가 다시 등장했 다. 이때부터 순정만화는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성들 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2) 80-90년대 순정만화의 계보를 이은 순정·연애 카테고리의 웹툰은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한 로맨틱 한 사랑 이야기를 골자로 함과 동시에, 지금 현재 우리의 삶과 감정, 욕망을 표현하며 독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여성의 이야기는 오랜 시간 여 성의 콘텐츠로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본다면 드라마가 ‘로맨스 판’인 것도 이해가 간다. 성별, 나이, 계층을 떠나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지상파 드라마는 안정적인 시청률 확보를 위해 다양한 장르적 특성을 혼합시키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장르 드라마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한 작품들이 다수 등장했지만, 여전히 난공불락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주말 연속극의 장르는 연애와 가정사를 두루 다 룬 가족 드라마다. 드라마가 ‘로맨스 판’인 것은, 시청자 유입 전략의 차원에서 여성 시청자를 염두에 두고 멜로 장르를 적극적으로 활용 한 결과로 볼 수 있겠다. 

한편 시청자 구성이 전혀 다른 종합편성채널은, 비교적 젊은 세대의 유료 구매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오락적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 종합편성채널은 나이별·성별별 기호를 파악해 단독 장르 드라마를 제작, 편성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시청률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3)


1) 서은영, <만화 읽는 소녀의 등장>, <기획회의> 491호, 2019, 26-31면.
2) 박인하, <누가 캔디를 모함했나>, 살림 2000, 67-113면.
3) 윤석진, <한국 텔레비전드라마 장르 유형에 관한 시론>,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 67집(19권 2호), 2015, 286-291면.


이처럼 단독 장르 드라마의 늘어난 수요는, 장르성이 뚜렷한 원천 스토리-콘텐츠 발굴로 이어진다. 드라마의 새로운 문법 정립을 위해 일종의 ‘수혈’이 필요한 것이었는데, 웹툰은 드라마로 트랜스하는 데 적합한 원천 콘텐츠이다. 스낵컬처의 대표적인 콘텐츠로 불리듯, 웹툰은 짧은 시간에 곧장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는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같은 스낵컬처 콘텐츠라 할지라도 웹소설과 다르게 웹툰은 스토리-플롯에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며 인물 구축과 장면 구성을 가시적으로 드러낸다. 게다가 이미 검증된 스토리 기반이 있으므로 제작사는 물론 시청자들의 선호도 높은 편이다. 콘텐츠 구매에 적극적인 소비자를 유입하기 위해 종합편성채널과 웹드라마 플랫폼은 적극적으로 웹툰으로부터의 트랜스를 반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앞에서 논의했던 것처럼 로맨틱한 연애담을 필두로 장르가 정립되었던 순정·연애 카테고리의 웹툰 작품은 ‘로맨스’ 장르 드라마로 수혈하기 매우 적합한 스토리 라인이라 여겨졌을 것이다. 

실상 ‘로맨스’ 장르에 속하는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들은 서로 간섭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해온 역사가 있다. 1980년대 〈여고시대〉, 〈여학생〉, 〈학생중앙〉 등의 10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에는 각종 순정만화 작품이 연재되었다. 몇몇은 일본의 소녀만화를 그대로 베껴 번역해온 작품들이었지만, 이혜순-김동화-한승원 등 초기 한국 순정만화의 기틀을 닦은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연재되곤 했다. 이 잡지들에는 한국 로맨스소설에 영향을 끼친 ‘할리퀸’의 일본어 중역본이자 해적판인 삼중당의 <하이틴 로맨스> 시리즈 광고가 거의 매달 실려 있었다. 즉, 1980년대의 10대 중후반 여성들은 순정만화의 독자임과 동시에 할리퀸의 독자기도 했다.

순정만화와 로맨스소설의 독자들은 매체별 관습이 달랐을지라도 그 것을 ‘로맨스’라는 공통적인 장르적 기반 위에서 수용한 것이다.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처음 로맨스 작가로 불리게 된 박윤후가 순정 만화가이기도 했던 것처럼, 4) 창작자들도 ‘로맨스’ 미디어 콘텐츠라면 적극적으로 섭렵했다. 소설과 만화뿐만 아니라 90년대 초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포함, 각종 멜로 영화· 드라마 역시 수용했다. ‘로맨스’ 미디어 콘텐츠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하위문화의 문법이 대중적인 영역으로 확대된 사례도 있다. 예컨대, 순정만화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을 ‘흑발 냉미남’과 ‘금발 온미남’의 캐릭터로 정형화시킬 수 있는데, 이러한 캐릭터 정형은 로맨스 드라마와 로맨스소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5)


4) 할리퀸을 정식 출간한 신영미디어 출판사는 1996년에 로맨스소설 공모전을 개최하여 공식적으로 한국 로맨스소설 1세대 작가군을 등장시켰다. 1회 수상자인 박윤후는 순정만화를 그리는 작가로 자신을 소개한다. “현재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후배의 권유로 우연히 응모했다가 뜻밖의 영광을 차지하였다고 다소 어리둥절하기도 했습니다.”(편집자 주), “만화가 선생님들을 쫓아다닐 땐 세상에서 제일인 만화가가 되겠다고 꿈꾸고…(중략)…그리곤 다시 만화와 인연을 맺었을 땐, 언젠가는 내 만화가 월트 디즈니 영화로 만들어지리라 꿈꾸던 나였는데…. 세상의 모든 여성이 즐겨 읽는 로맨스소설 작가가 되겠다는 또 다른 새로운 꿈을 꾸게 될 줄이야!”(작가의 말), 박윤후, <노처녀 길들이기>, 신영미디어 1996, 2-3면.
5) 현찬양은 순정만화 속 남자주인공의 정형이 ‘흑발 냉미남’과 ‘금발 온미남’의 양대 구도로 굳어진 것이 1980년대 중반부터라고 주장한다. 80년대 초만 해도 한국에서 먼 해외 배경일 경우에는 금발•은발의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점차 남자주인공의 머리칼이 흑발이 된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흑발 냉미남’과 ‘금발 온미남’의 구도는 순정만화뿐만 아니라 <궁>, <탐나는도다> 등의 드라마에도 나타난다는 내용을 언급한다. 현찬양, <1980년대 순정만화의 젠더 재현: <별빛 속에>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18, 45-56면; 한편 로맨스소설은 ‘흑발 냉미남’과 ‘금발 온미남’의 구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콘텐츠다. 외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도 남자주인공은 흑발에 남성적이며 여주인공과는 초반에 대립 구도를 그려내며 냉소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한편, 삼각관계를 이루는 다른 남성 인물은 금발, 온정적인 성격을 부여했다. 비교적 최근 등장한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일러스트 표지는 순정만화 기법으로 표현되는데, ‘흑발 냉미남’과 ‘금발 온미남’의 구도를 반영하듯 다수의 남자주인공이 흑발로, 조연은 금발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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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기획단계로 알려진 웹툰 3작품.
 <연놈> (글 그림 상하), <오늘도 사랑스럽개> (글 그림 이해), <좋아하는 부분> (글 그림 타리)
세 작품 모두 네버이웹툰 연재작이다. 


새로운 플레이그라운드를 위하여
그러나 미디어 플랫폼의 ‘로맨스’를 향한 전략에는 일종의 스테레오 타입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남녀의 연애담이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시각은 실제 여성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과 요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지레짐작이다. 특히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에는 여성 대상 문화콘텐츠 중 유독 ‘로맨스’가 압도적으로 소비되는 현상에 대하여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꾸준하게 등장하고 있다. 대중문화의 ‘로맨스’가 낭만적 사랑의 이데올로기를 설파하는 주범이라는 주장도 오래전부터 있었지 않았는가.

연애담을 매개하지 않는 여성의 이야기, 좀 더 다채로운 여성 이야기가 필요한 것은 맞다. ‘로맨스’의 수용자가 가부장제를 체화한다는 혐의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중문화의 역사에서 여성이 ‘로맨스’ 콘텐츠를 통해 자신의 플레이그라운드 영역을 넓혀나갔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로맨스’는 스스로 ‘로맨스’의 관습을 비트는 놀이를 전개함과 동시에, 지금 현재 여성의 고민과 현실을 전달하곤 했다. 

소설이 웹툰으로, 그리고 드라마로 트랜스되면서 인기를 누렸던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기존 멜로드라마의 관습을 비틀어 보인 로맨스소설이었다. 여주인공이 재벌가의 남주인공을 사랑한 죄로 그의 식구들에게 온갖 수난을 당하는 것은 신파적 멜로드라마의 관습 중 하나였다. 그러나 <김비서>에서는 모난 성격의 남주인공을 유일하게 9년 동안 보필한 여주인공 김미소에게 남주인공의 가족이 매달려 만남을 종용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로맨스소설의 ‘해피엔딩’ 관습은 유지하되 멜로드라마의 ‘여성 수난’ 관습을 비틀며, 인물의 연애문제는 물론 사회생활에 대한 고충과 갈등을 로맨틱 코미디 풍의 새로운 이야기로 그려낸 것이다.

웹툰은 물론 드라마 역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 <내 ID는 강남미인>의 경우, 남녀 주인공의 로맨틱한 관계를 포함함과 동시에 ‘여성의 미’라는 대주제를 다룬다. 그러면서 미의식과 관련된 사회적 편견과 여러 질곡을 폭로함으로써 여성 인물들의 갈등과 성장을 세심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이 내세우는 주제와 논제들은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탈코르셋 논쟁과 연결된다.

이처럼 ‘로맨스’는 남녀의 연애담이라는 장르의 요체와 함께, 여성의 현실을 반영한다. 매체에 따라 각기 다른 역사와 관습을 가진 ‘로맨스’ 콘텐츠들은 이제 서로 간섭하고 영향을 주고받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며 창작되고 있다. 과거 ‘로맨스’ 장르가 남녀의 로맨틱한 연애담을 여성의 기호에 맞추면서 ‘여성들의 장르’ 라는 이름을 얻었다면, 이제는 여성들의 현실을 그려내는 새로운 플레이그라운드의 역할을 해내게 될 것이다. 


손진원 | 장르비평팀 텍스트릿 소속, 장르 연구자


무가지 <지금, 만화>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제공하는 계간만화, 웹툰비평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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