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제 특성화 웹툰 플랫폼 ‘에끌툰’의 전략과 이슈, 그리고 전망

한국콘텐츠진흥원 | 2020-07-01 13:00

주제 특성화 웹툰 
플랫폼 ‘에끌툰’의 
전략과 이슈, 
그리고 전망


-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

글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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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끌툰은 무료 – 유료화 – 단행본 출간이라는 자연스러운 사업 스트림을 
진행했다. 그 중심축에는 린든 작가(안정혜)의 <비혼주의자 마리아>가 있다. 


에끌툰은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에 둔 웹툰들이 연재되는 웹서비스라는 점에서 특이하게 보일 것 같고, 웹툰 작가가 직접 개설한 웹툰 연재처라는 점에서 더 특이하게 보일 것 같다. 필자
는 2015년 여름에 이 특이한 공간을 개설했고, 올해로 만 4년을 넘겼다. 2017년 11월부터는 유료멤버십을 도입해, 현재 멤버십 수익만으로 연재 작가들의 고료 충당이 가능한 상태다. 사업적으로 성공이라 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에끌툰의 이러한 현재 상태를 신기해하는 반응을 많이 접했다.

필자가 기업 대표로서 성공적인 웹툰 플랫폼을 일궈보려고 접근했다면, 에끌툰은 애초에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수익이 될 만한 어떤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으니까. 물론 지금은 카루랩의 대표로서도, 작가로서도 에끌툰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세워가는 게 일상이 되었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게 지금 생각해봐도 아이러니다. 에끌툰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내가 웹툰 작가였기 때문이다.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고, 그것을 공개하고 나눌 웹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종교적인 색채가 들어간 웹툰을 받아줄 
플랫폼은 존재하지 않았다. 기독교 포털사이트가 있긴 했지만, 그곳에서 원하는 포맷은 교회 주보(예배에 쓰이는 안내지)에 들어갈 수 있는 짧은 만화였다. 받아줄 곳이 어디에도 없자, 이때부터 오기가 발동하 시작했다. 열심히 대안을 고민했고, SNS 연재도 생각해보다가 문득 중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닷컴 버블 시기였던 그 시절에 나는 친구들과 무엇에 꽂혔는지 개인 홈페이지를 죽어라 만들어댔다. 그때의 코딩 경험을 되살려, 직접 사이트를 구축해보는 것도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몇 달 동안 낑낑댄 후에 꽤 봐줄 만한 
결과물이 나왔다. 그 뒤에 필자 외에도 기독교 세계관 혹은 교회라는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해보고 싶은 동료 웹툰 작가들 몇몇이 붙기 시작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 에끌툰은 그렇게, 소규모 작당 모의처럼 출발했다.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치 않은,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겠다는 그 갈망만으로 시작했지만, 당연히 그것만으로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오픈 이후 만 2년이 되어가던 시점부터 점차 앞이 희뿌옇게 보였고, 함께 연재를 이어가던 작가들이 지쳐가는 것도 보였다. 그 와중에 다행스럽게도, 나를 포함한 3명의 작가에 의한 초기 연재작 4작품(<마가복음 뒷조사>, <마태복음 뒷조사>, <창조론 연대기>, <의인을 찾아서>, 모두 새물결플러스 간행)이 모두 출판사와 계약이 되어 책으로 출간되었고, 해당 작품들이 모두 최소 3쇄 이상 찍음으로 작가들의 생존에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웹툰 회차당 조회 수도 적게는 5천, 많게는 1만 이상 나오고 있었으니, 개별 작품들 자체는 독자들에게 나름의 가치를 입증받고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에끌툰이라는 웹서비스 자체였다. 독자들에게도 반응이 없고, 책 출간 같은 일도 없었다면 나와 동료 작가들은 결국 포기했을 것이고 에끌툰은 장렬하게 전사했겠지만, 가능성이 보였기에 비로소 이 웹서비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에끌툰을 운영하는 대표로서의 정체성은 이때부터 생겼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전까지는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세상에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난 작가’라는 정체성 이상을 넘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안달 난 작가적 정체성 때문에 이런 무모한 출발이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에끌툰을 계속 지속하기 위해서는 에끌툰에 맞는 수익 모델이 필요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오픈 이후 만 2년 4개월째가 되던 시점에 에끌툰은 유료화를 단행했다. 유료화 방식은 정기 구독료를 내면 제한 없이 볼 수 있는 멤버십 모델이었다. 웹툰 사이트 중에서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곳은 에끌툰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결정하게 된 것은 이유가 있다. 우선은 작품 수가 타 서비스보다 많이 적은 편이어서, 회차별 코인 수익으로는 작가 고료 보장이 안정적이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에끌툰의 독자들은 작가에 대한 충성도 못지않게 에끌툰이라는 사이트 자체에 대한 충성도 역시 높았다는 점이 멤버십 모델 쪽으로 마음이 기울게 했다. 구글 애널리틱스 집계를 살펴보니 에끌툰에 올라오는 작품이면 일단 무조건 보는 독자가 적어도 1천 명 이상은 되는 것으로 보였다.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특수한 배경을 가지는 웹툰을 다량으로 수급하는 것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에끌툰은 개별 작품의 질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마니아층을 넓혀가는 것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 아닐까 싶었다. 그 전략에 맞는 모델은 당연히 멤버십 모델이었다.

수익 모델 자체는 그렇게 결정했지만, 지금까지 무료로 봐오던 독자들의 반발이나 이탈이 걱정되었다. 유료멤버십을 도입하면 ‘돈 낼 사람은 보고, 안 낼 사람은 돌아가라’가 되는 거 아닌가? 2년이 넘게 무료로 봐오던 독자들에게 그런 방식으로 들이미는 것은 실패할 게 너무 자명해 보였다. 기존 독자들이 이탈하지 않고 에끌툰을 계속 즐길 수 있도록 완충재가 필요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이전부터 다른 웹툰 서비스들이 점차 도입해가고 있던 ‘기다리면 무료’를 유료멤버십과 결합해보기로 했다. 완결된 작품들은 멤버십 독자들만 볼 수 있지만, 연재 작품의 경우 시차를 두고 좀 ‘늦게’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즉, 멤버십 독자들은 연재 작품을 3~5회차 먼저 즐기게 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수익 모델과 방식을 결정한 뒤에는 멤버십의 이름을 ‘빵 멤버십’과 ‘밥 멤버십’으로 붙였다. 이름을 별도로 붙인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는데, ‘빵 멤버십’ 가입 화면에는 빵 멤버십의 혜택과 함께 ‘빵 멤버십의 효과’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작가들이 굶지 않고 기운 내서 연재해간다.’ 필자는 에끌툰의 유료멤버십이 단순히 독자 자신이 받는 혜택에 머물지 않고, 독자가 이 공간에서 좋은 작품들이 지속해서 나오는 일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매월 정기 결제를 하는 독자는 작가들에게 한 달에 한 번 간식이나 밥을 사준다는 발상을 넣은 것이다. 아무튼, 그러한 일련의 고민 과정을 거쳐서 에끌툰의 유료멤버십은 도입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많은 고민 끝에 그렇게 결정했음에도, 막상 에끌툰에 결제 시스템을 오픈해야 할 날이 다가오자 뼈와 살이 다 떨렸다. 이게 실패하면 이제는 돌아갈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모델은 통했다. 유료멤버십 도입 5개월째였던 2018년 3월에, 고정 독자라고 생각했던 독자층의 절반인 500명이 유료로 전환했고, 2019년 3월에는 1,100명을 돌파했다. 앞날이 보이지 않던 필자와 동료 작가들은 드디어 고료라는 것을 매달 손에 쥐어 보기 시작했고, ‘빵’과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와 함께 출판사와의 계약도 계속 이어졌다. 현재까지 총 9개의 웹툰이 책으로 출간되어 묵묵히 중쇄를 찍으며 에끌툰 작가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 카루랩의 CTO를 맡은 강희종 개발자가 이 길에 함께하기로 하여, 법인 기업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에끌툰이 지금까지 4년간 버텨온 과정에 대한 거친 요약이다. 그리고 이제는 누가 묻지 않아도 스스로 묻고 또 묻는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먼저는 ‘주제의 확장’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하나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린든 작가의 <비혼주의자 마리아>를 고를 것 같다. IVP 출판사와 에끌툰의 공동 기획으로 시작하여 2018년 10월부터 2019년 6월까지 9개월간 연재된 이 작품은 연재하는 동안 무려 400명의 유료멤버십을 가입시켰다. 기획 초기에는 이 작품이 다루는 주제를 기독교인이 다수인 에끌툰 독자들이 소화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교회 내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성서의 메시지와 성 평등 문제를 포개어 다루기 때문이다. 물론 에끌툰은 교회 내에서 예민하거나 불편할 수 있을 만한 주제를 꽤 자주 다뤄 오긴 했다. <마가복음 뒷조사>와 <마태복음 뒷조사>에서는 예수가 등장하는 복음서의 ‘역사’에 대한 질문이 던져지고, <창조론 연대기>에서는 신앙과 진화 과학의 양립 가능성을 다루며, <생각 많은 판다>에서는 교회 세습을 비롯한 각종 교회 문제들이 여과 없이 등장한다. 일부 반발하는 독자들도 있긴 했지만, 훨씬 더 많은 독자는 이것이 작가들이 실제로 고민하는 주제들이라는 걸 느끼고 공감해주었다. 어쩌면 독자들의 고민이나 생각 거리를 에끌툰 작가들이 대신 던져준 것일지도 모른다. <마가복음 뒷조사>는 복음서의 역사성 문제부터 <비혼주의자 마리아>의 교회 내 성 평등 문제까지, 에끌툰의 독자들은 작가들이 던지는 질문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사유해갔다. 그래서인지 에끌툰에는 댓글들이 평균적으로 꽤 길게 달리는 편이다. 이러한 작가와 독자 간의 공동 사유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에끌툰 내에서 작가와 독자를 단단히 묶어주는 꽤 강력한 매개가 되고 있다. <비혼주의자 마리아> 후기에는 ‘새로운 관점을 선물 받은 느낌이다’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는데, 현재 에끌툰에 올라오는 작품들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댓글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므로 앞으로 다루는 주제를 더 넓혀가야 한다는 건 이러한 흐름 속에서는 거의 필연에 가까운 것 같다.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신앙인뿐만 아니라 비신앙인도 함께 공감이 가능한 ‘공공의’ 주제로 더욱 넓혀가는 걸 앞으로의 기획 목표로 두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영문 서비스’이다.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만큼, 영미권을 비롯한 기독교 인구가 많은 영어 사용 국가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올 한 해 동안 지속적으로 번역 작업을 해왔고, 현재 5개 작품으로 소프트 런칭을 하고 홍보를 시도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매출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는데, 우선은 각국의 독자들과 만나고 그들의 피드백을 얻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앞으로의 확장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했지만, 사실 에끌툰 같은 소규모 웹서비스가 지켜야 할 중요한 방향성 중 하나는 ‘색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섣불리 몸집을 키우려다가, 가장 잘하고 있던 것을 잃어버리는 일을 하진 않을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Lifestyle business)’라는 말이 있다. 창업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그러나 아주 많지는 않은 수입을 벌어서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게 해주는 사업 모델을 뜻한다. 이런 비즈니스를 ‘시시한’ 사업으로 낮춰 보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의미 있는 모델이라 생각했다. 소위 ‘J자 곡선’을 그리고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나아갈 정도의 폭발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면, 에끌툰과 같은 소규모 웹서비스에 있어서 섣부른 확장은 되려 독이 될 수 있다.
많지 않은 수의 작가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웹툰으로 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 만큼의 수익을 얻게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유지되게 하는 것. 에끌툰이 그런 모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필자는 내심 그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두고 있다. 처음부터 나는 작가적 정체성으로 에끌툰을 시작했고, 그 무모한 시작의 기치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 였으니까.

김민석 | 2015년 기독교 웹툰 사이트 에끌툰을 개설하고 사이트 운영과 웹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주)카루랩 대표이사이며, 그린 작품으로는 <마가복음 뒷조사>, <창조론 연대기>, <의인을 찾아서>, <요한복음 뒷조사>, <교회를 부탁해>(이상 모두 새 물결플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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