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프랑스인과 만화’에 대한 연구 조사

윤보경 | 2020-09-18 08:15

'프랑스인과 만화'에 대한 연구 조사

 

윤보경


3월의 셧 다운(이동제한령)과 여름휴가 기간을 보내고, 유럽의 새 학기 9월이 되자 프랑스 사람들은 그 동안 잃어버렸던 일상을 다시 조금씩 되찾고 있다.

프랑스의 국립도서센터(CNL)2020년 만화의 해를 맞이하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그 뜻이 무색해졌으나), 지난 1Ipsos (프랑스의 여론, 설문조사 기관)에 의뢰하여 만화와 프랑스 독자들을 주제로 설문 조사, 연구를 진행했다. CNL은 만화의 대중화 현상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프랑스의 만화 독자들은 누구인지, 어떤 이유로 그들이 읽을 책을 선택하는지, 어떠한 문학적 유형을 지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였다. 그리하여 이 연구는 프랑스 사람들과 만화에 대한 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가늠해보고 이해하기 위한 목표로 진행되었다.

조사 응답자는 일반인 2000명으로, 1000명은 7세부터 15세까지의 어린 독자들’, 나머지 1000명은 16세부터 75세까지의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은 만화를 좋아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특히 만화를 자주 접하고 좋아하는 만화 애독자들은 젊거나 어리며, 남성들이라는 특징을 보였다. 전체의 77%의 어린 독자들이 만화를 읽는데 반면, 16세부터 75세까지로 분포된 일반 독자들 가운데는 43%만이 만화를 읽었다. 만화 독자들의 남성 비율도 점점 높아졌다. 만화를 읽는 어린 독자들 가운데 56%가 남성이었고, 만화를 읽는 일반 독자들은 60%가 남성이었다. 만화 독자들의 성별간의 차이는 최근 들어 더 벌어졌다고 평가된다. 수 년 전만해도 만화를 읽는 여성 독자들이 증가 추세에 있었다. 만화에 할애하는 시간에도 어린 독자들과 성인 독자들간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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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1. 특히 젊고 남성의 프랑스사람들이 만화를 더 읽는다는 조사 결과>


프랑스 독자들의 경우 대부분의 문학 장르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만화뿐 아니라, 소설과 희곡 (연극 시나리오) 등 창작 작품 감상에 호의적이다. 문화 예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의 환경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케이스가 많다고 조사되었다. 다만 어린 독자들이나 망가를 좋아하는 독자층에서는 문화 예술에 대한 선호도와 경제적 여유 간의 연관성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추적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은 어떤 만화를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였다. 독자들이 선호하는 만화의 대부분은 매출 탑 순위권에 항상 들어있는 <아스테릭스 (Asterix)>, <땡땡의 모험 (Aventure de Tintin)>과 같은 유명 고전 만화들이었다. 프랑스 일반 독자들은 연령, 성별과 상관없이 클래식 만화 작품들에 가장 큰 선호도를 드러낸다. 프랑스의 문화 예술적 지향성은 꽤나 보수적이다. 다만 어린 독자들은 밤부 출판사 (Edition Bamboo)에서 출간된 <자매들 (Les sisters)>이나 일본 만화 <원피스> 등을 가장 좋아한다고 응답했다. 앙굴렘 페스티벌의 어린 독자들이 좋아하는 만화 작품후보작, 수상작과는 거리가 있는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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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2. 선호하는 만화들로 언급된 아스테릭스와 땡땡의 모험, 원피스, 나루토, 스파이더 맨 등의 작품. 모든 연령층과 성별을 아우르는 고전 만화들이 눈에 띈다>


 

망가(Manga)의 경우 어린 독자층 29% (성별 무관) 열렬한 지지층이 조사되었지만, 미국 코믹스의 경우에는 소년들에 비해 소녀들은 코믹스를 읽지 않는다거나 관심이 없다는 부정 응답 분포가 많았다. 단지 7%의 소녀들만이 코믹스의 독자였다.


만화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서도 조사하였다. 어린 독자들의 자주 접하는 작품은 대부분 가족 구성원이 (특히 부모님) 자녀에게 골라주거나 사준 책들로, 부모 세대의 취향은 세대를 넘어 자녀들에게 이어지고 있었다. 더 나아가 만화를 접하지 않는 가족 환경에서는 다음 세대의 만화 애호가가 탄생하기 어렵다고 해석되었다. 부모세대로부터의 선물이나 도서관을 통해 만화책을 접했던 어린 독자들이 만화 독서에 적응하고 만화를 좋아하게 된다면, 16세 이후부터 그들은 만화책을 독자적으로 구매하는 주된 소비자로 점차 발전된다고 조사되었다.


디지털 도서에 대한 선호도도 연령층과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어릴수록 그리고 여성의 경우, 디지털 만화에 대한 높은 적응을 보였다. 디지털 만화를 읽을 때 자주 사용하는 디바이스는 어린 독자층과 성인 독자층 모두에서 컴퓨터, 타블렛 사용이 두드러졌다.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한다는 대답은 어린 독자층의 29%와 일반 독자층의 23%가 응답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집에서 (침실 혹은 거실) 만화를 읽는다고 답했는데, 그러한 이유로 큰 화면으로 열람이 가능한 디바이스를 선호하는 것이라 추측된다.


만화를 더 많이 읽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여유 시간이라는 대답이 가장 높았다. 어린 독자층 가운데 37%, 일반 독자층 가운데 47%가 이렇게 응답했다. 일반 독자층 가운데 32%경제적 여유를 그 다음으로 언급했으며, ‘관심사에 잘 맞는 작품이 있다면 만화를 더 많이 읽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1%였다. 어린 독자층은 취향에 맞는 작품이 있다면 만화를 더 소비할 것이라 응답한 비중이 35%로 더 높았으며, 만화책을 사기 위한 넉넉한 용돈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2%였다.

이 조사 연구의 전체 내용은 CNL 사이트에서 열람 가능하게 PDF 파일의 형태로 공개되어 있다.

https://centrenationaldulivre.fr/actualites/les-francais-et-la-bd-une-etude-ined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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