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에디터의 시선으로 본 프랑스 만화 시장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

윤보경 | 2020-08-30 10:27
에디터의 시선으로 본 프랑스 만화 시장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  

윤보경 


코로나 바이러스가 불러온 팬더믹 위기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 변수 (기업의 활동 규모, 직원의 수, 가동 가능한 자금 흐름, 시장 장악력 등)에 달려있다. 프랑스 만화 시장의 주요한 축 가운데 하나인 출판사들의 희비도 엇갈린다. 대표적인 대형 출판사들인 다르고(Dargaud), 듀푸이(Depuis), 르 롱바르(Le lombard), 갈리마르(Gallimard), 카스테르망(Casterman), 글레나(Glénat), 델쿠르(Delcourt), 아셰트(Hachette) 등과 같은 출판사들은 보유한 자금이 넉넉하고 흐름이 양호하여 이동제한령과 팬더믹이 불러온 충격을 보다 적게 받았다. 위에서 언급한 대형 출판사보다는 규모가 작으나 소규모라 볼 수 없는 ‘중형 출판사’들인 스테인키스(Steinkis), 악트 슈드(Actes Sud), 밤부(Bamboo), 쁘띠따쁘띠(Petit à petit) 등은 소규모 출판사에 비해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주로 소규모 출판사가 받게 되는 정부의 지원에서 소외되어 있고, 출판사 자체와 발간하고 있는 출판물 규모를 유지하는 데에는 소규모 출판사보다 더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 자금 흐름도 대형 출판사들보다 여유가 없다. 현 상황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위치에 놓여있는 것이다. 소형/독립 출판사들인 꼬레트(Caurette), 라 스리즈(La Cerise), 데 홍 덩 로(Des Ronds dans l’O)등은 소규모 구조가 갖고 있는 장점을 통해 큰 무리 없이 가능한 오래 버틸 수 있다고 판단된다. 

대부분의 중, 대형 출판사들은 대략 15%의 신간 발표를 미뤘다. 이동제한령 이후 침체되었던 시장 상황과 예전부터 비수기로 평가되던 여름 휴가 기간 등으로 인해 더 많은 신간들의 출간이 미뤄질 것이라 예상되었으나 출판사들은 타 출판사들의 신간이 서점의 진열대를 대신 차지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소형 출판사들은 대부분의 신간 발매를 2021년까지 미루기로 계획했다. 대형출판사들이 이동제한령 기간에 미뤄왔던 신간들이 ‘엄선되어’ 한꺼번에 몰려드는 올해 하반기까지 큰 규모의 신간 발행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규모 출판사들이 의존하고 있는 국립도서센터(CNL)의 지원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지원 조건은 매출의 40%가 서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지역 축제나 만화 페스티벌, 인터넷을 통한 판매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소규모 출판사들의 상황과 맞지 않는 요구였다. 

대형출판사로 분류되는 르 롱바르(Le lombard)와 퓨튜폴리스(Futurpolis) 관계자들은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르 롱바르(Le lombard) 출판사의 고티에 반 세르벡(Gauthier Van Seerbeec) 에디터는 “이동제한령 동안 매출액이 대폭 감소 (-80%)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제한령 이후 회복세가 강했다. 6월 말에는 잃어버렸던 매출 수치를 대부분 회복했고, 7월 말에는 작년 대비 같은 기간 매출보다 앞서있다. 2020년 연말을 자신감 있고 밝게 맞이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퓨튜폴리스(Futurpolis)의 편집장인 스웬스타인 그내딕(Sewenstien Gnaedig)은 “지난 봄 2개월 동안 판매가 전혀 없다시피 했었고 예정되었던 신간 발표가 미뤄지게 되면서, 우리는 작년 대비 10%의 매출 하락을 확인했다. 하지만 9월 신학기에 맞춰 유명 작가의 작품과 인기 시리즈 만화 출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후반기 판매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현재 출판사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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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 롱바르의 에디터 고티에 반 세르벡


중형 출판사로 분류되는, 악트 슈드(Actes Sud) 출판사의 에디터, 티에리 그웬스틴(Thierry Groensteen)은 팬더믹 위기가 앙굴렘 페스티벌에서 인정 받은 그의 책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걱정했다. 그가 에디터로 맡아 일했던 작품, <혁명 – 자유 (Revolution - Liberté) / 작가 그루아젤(Grouazel), 로카르(Locard)>는 지난 1월 앙굴렘 페스티벌의 작품상인 황금야수상(Fauve d’or)을 수상했다. 대부분 수상은 책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올해 초의 상황은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그는 “이동제한령 이후, 황금야수상을 수상한 작품의 판매는 점차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원래 6월에 계획했던 신간 출간을 가을로 연기하게 되었고, 이번 겨울에 다시 크게 유행할 것으로 걱정되는 팬더믹 상황이 걱정된다”며 장기적인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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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트 슈드의 에디터 티에리 그웬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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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앙굴렘 페스티벌의 황금야수상 수상작인 <혁명-자유>


소규모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라 스리즈(La Cerise)의 줄리안 푸케 두푸이(Julian Fouquet-Dupouy)는 “지난 3, 4월, 서점에서의 책 판매는 없었으며, 5월부터 회복되는 속도는 아주 느렸다”며 고충을 말했다. “우리 출판사는 다양한 축제에 참여하여 책 판매량을 늘려왔는데, 이것이 불가능하게 되자 그로부터의 큰 손실을 입었다. 포(Pau)와 리옹(Lyon), 생말로(Saint Malo) 만화축제에서의 판매를 기대했지만, 언급한 모든 축제는 다 취소되었기 때문에 올해 우리의 매출은 아주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말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규모/독립 만화출판사들은 축제의 틀 안에서의 책 판매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매해 프랑스에서는 다양한 지역에서 작고 크게 열리는 만화 축제들이 300개 이상이지만, 올해 들어서 대부분의 축제들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이에 가장 악영향을 받은 것은 소규모 출판사들이다. 바루(Varou) 출판사의 에디터 라파엘 탕기(Raphael Tanguy)도 그에 동의한다. “우리가 출판하는 책들은 축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사인회를 통해 활발하게 판매되었다. 사인회나 축제가 전혀 없는 3월 이후부터 책 판매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올 하반기도 다양한 축제들이 열릴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데, 작은 출판사들에게 힘 빠지는 소식이다.”

여름 휴가 기간을 거치며 느슨해진 경계를 틈타 유럽전역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확산이 되고 있다. 프랑스만해도 하루 확진자가 2000~3000명을 넘어서는 경우가 비일비재이다. 하지만 더 이상 경제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정부의 판단으로 9월부터 학교와 회사, 상점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많은 위험요소를 안고 흘러가는 올 하반기는 만화 시장을 더욱 불확실하고 불안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