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19 이후 콘텐츠 소비 스타일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 2020-11-25 14:00

코로나19 이후 콘텐츠 소비 스타일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나?

자기주도적 연결과 우연한 참여의 가능성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박기수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 아니, 포스트 코로나

예상한 것이 아니라고 변화의 내용이나 그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지난 1월부터 본격화 된 코로나19는 3월 11일 WHO의 팬데믹(pandemic) 선언 이후 전 세계를 공식적으로 압도하였다. 급격한 상황 변화 앞에서 일방적이고 전면적일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조치가 취해지고 속수무책으로 따라가야만 하는 지난 6개월의 시간이었다. 외국인 입국 제한조치, 사회적 거리두기, 경제활동의 봉쇄내지 위축, 개학 연기와 원격 수업 전환, 재택근무 등 설마 그런 사태까지 가겠느냐고 예상했던 것들은 결국 모두 일어났고, 현재까지 그끝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포스트 코로나(POST-COVID)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은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나 기대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언제 끝날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에서 코로나를 전제로 한 사회적 활동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현재 우리 삶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코로나로 인한 변화에 관심을 갖고 의미를 발견하겠다는 의지에 가깝다.

모든 것이 불투명한 코로나 상황이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다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은 코로나 이전이 좋았는데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근거 없는 비관적 전망이나 비대면 상황이 새로운 체험의 경계를 넓혔다는 식의 맥락 없는 낙관적 기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가치중립적인 의미의 변화에 주목하며, 이미 시작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 대응이 이후 우리 삶을 어떻게 변모시킬 것인지에 대한 현재적 고민을 반영한다.

인류사를 돌아보면, 이미 경험하고 학습함으로써 경계를 확장한 유의미한 것들을 되돌리거나 무효화한 사례는 없었다. 변화의 양상과 추이에 대한 엄정한 관찰과 경가가 필요한 이유다. 그것은 단지 비대면의 일상화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미국 내 신규 가입자수가 1월부터 3월까지 1,580만 명이 늘었다거나 아마존이 신규 직원을 7만 5천 명 추가 채용했다는 식의 양적인 접근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한 양적인 증가는 상식적인 추론만으로도 충분히 예측가능한 것이고,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코로나19로 인하여 향유 방식과 양상이 어떻게 바뀌었느냐 하는 구체적인 변화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지고 있는 콘텐츠 생태계

코로나19 이후의 콘텐츠 향유 방식과 양상의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즉, 콘텐츠에 대한 모든 탐구는 비즈니스는 물론 사회문화적 컨텍스트, 향유자, 미디어, 플랫폼, 디바이스와 통합적으로 연동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이 글은 포스트 코로나라는 사회적 상황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것이지만, 이 역시 향유자, 미디어, 플랫폼, 디바이스의 변화라는 생태계적 관점에서 고찰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코로나19로 인하여 콘텐츠에 급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난 것인 양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치게 나이브한 관점이다. 오히려 미디어, 플랫폼, 디바이스의 변화 과정이라는 맥락 위에서 코로나로 인한 콘텐츠의 변화를 추론하는 것이 합리적인 설득력을 얻는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이후, 넷플릭스, 틱톡, 유튜브 등의 스트리밍 기반 온라인 콘텐츠를 즐기는 향유자가 늘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은 OTT(Over The Top) 플랫폼과 디바이스의 보급이 이미 보편화되어 있었고, 그에 따른 미디어의 형질 전환도 시작된 상태였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를 수긍할 수 있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콘텐츠 향유 방식에 대한 논의는 콘텐츠 생태계를 전제로, 지속성이라는 맥락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비대면(Non-tact)의 일상화다. 비대면의 일상화는 다소 상반되지만 동시에 존재하는 양가적 양상으로 드러났다. 우선,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가 보급되고 SNS가 보편화되면서 비대면 소통이나 거리, 성향, 방식 등에서 유연한 인간관계를 지향하던 추세를 가속화시켰다. 동시에 비대면에 따른 자기주도적 연결(connected)의 다양한 수요와 경험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자기주도적 연결이란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연결을 결정할 수 있는 유연한 형태를 말한다. 이것은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물론 각종 콘텐츠를 통해 감정적 거리와 유대를 필요한 만큼 유지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시도는 비대면의 일상화로 인한 심리적 고립감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며, 동시에 불필요한 감정적 소모나 과도한 기회비용이 따르는 인간관계는 최소화하려는 욕망이 이율배반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소위 집콕 콘텐츠로 주목되는 홈트레이닝, 홈쿡 등의 콘텐츠가 대부분 혼자서 참여하고 체험하면서 향유하는 것이면서도, 그 성격은 공유경험(Get Ready With Me)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와 유사한 경우는 최근 보편화된 원격강의에서도 자주 드러난다. 교수자는 교안과 얼굴을 드러내면서 보다 효과적인 강의 진행을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전개하지만 학습자는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자신을 노출하거나 숨기기도 한다. 친밀한 관계나 교류를 전제로 한 연결이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대상이나 그 정도를 결정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연결의양가적이고 모순적 양상은 코로나19 상황에 최적화된 새로운 콘텐츠 포맷을 고민하는 기획자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그동안 구글, 네이버, 카카오는 연결을 주목하고, 연결의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시장을 창출하고 주도해온 서비스다. 네이버의 시가 총액이 35조 원을 돌파하며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시가총액을 넘어서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시가총액 3위 기업이 되었다거나,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21조2,885억 원으로 코스피 9위에 위치하며 현대자동차를 제쳤다는 소식은 연결의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와 같은 연결의 가치 실현 지형에 최근 변화를 가져온 것은 모바일이다. 스마트 기기의 전면화에 따라 항상 소지가 가능하고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접속과 연결이 가능한 모바일의 절대 강자는 유튜브다.



image.png
 유튜브를 
활용한 
프로모션과  
비즈니스의 
성공 사례
〈요요미〉



image.png

평범한
사람의 
성공을 통해  
영어
쉐도잉을
배우는
양킹 채널


유튜브는 2006년 16억 5,000만 달러에 구글에 인수된 이후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사용자 데이터에 기반으로 한 추천 알고리즘을 통하여 이제는 플랫폼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었다. 유튜브가 3,000만 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1분에 400시간 이상의 영상이 업로드 될 수 있게 된 것은 상호작용성을 전제로 한 적극적인 향유와 체험 기반의 참여가 가능하고 권장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바일의 중심 디바이스인 스마트 기기를 보면,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콘텐츠를 향유하고 카메라를 활용해서 콘텐츠를 생산할 수도 있는 프로슈머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향유와 생산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모바일 공간에서 플랫폼을 넘어 사회현상으로 진화한 유튜브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승승장구한다.


프리미엄이 아닌 일반적인 유튜브는 광고가 붙은 무료 동영상 서비스기 때문에 향유자가 어지간한 인내력을 가지고 있거나 콘텐츠가 압도적인 즐거움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하나의 콘텐츠는 짧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유사한 여러 콘텐츠를 향유하게 된다. 유튜브 조회수의 80%가 알고리즘의 추천에서 일어난다고 할 때, 알고리즘의 추천을 통해 발견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발견-선택-시청-공유-구독의 프로세스’로 향유가 주도됨에 따라, 성공한 채널과 콘텐츠의 썸네일, 카피 형식, 포맷의 모방, 패러디는 물론 요약, 소개 등의 2차 콘텐츠 생산만으로도 유사/연관 콘텐츠로서 알고리즘에 노출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와 같이 비교적 짧은 시청 시간, 광고의 잦은 개입, 유사 콘텐츠의 추천 알고리즘, 즉각적인 상호작용성의 강화, 향유와 생산의 경계가 사라진 유튜브의 특성은 유튜브 콘텐츠의 스펙트럼을 다양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그 결과 유튜브는 포털의 주요 기능인 검색, 커뮤니티,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커머스의 대부분을 수행하게 되었고, 특히 MZ 세대의 경우 포털이 아닌 유튜브에서 먼저 검색함으로써 연결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압도적인 기제가 되었다.

비대면의 일상화 상황 속에서 유튜브에서는 즐거움을 창출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화되거나, 단순하고 지속적인 몰입이 강조되고, 유의미한 시간을 창출 할 수 있는 ‘∽하는 법’(How to콘텐츠)은 여전히 강세를 지속하고, 오프라인 혹은 레거시 미디어와는 차별화되는 멀티 페르소나 콘텐츠가 부상, 짧게 편집된 드라마와 쇼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글로벌 숏 비디오 플랫폼인 틱톡(TicTok)의 급부상도 주목할 지점이다. 코로나19의 최고 수혜자라는 틱톡은 15초에서 1분 내외의 숏 폼 형식의 영상으로 즐거움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메시지 중심, 의미 중심의 서사는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고 몰입성과 오락성을 강화한 스토리텔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외부 활동이 원활치 않은 상황으로 인하여 집에서 함께 머물러 함께 생활하는 자신과 가족(애완동물 포함)을 소재로 적극적인 표현을 시도하는 콘텐츠가 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셀럽들이 틱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자신과 가족들의 상황을 주변 지인에게 유쾌하게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점이다.


OTT 플랫폼 현재 강자로서 넷플릭스

전 세계적으로 1억 8천 2백만 명이 구독하는 넷플릭스는 2020년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디즈니+와 쿼비(Quibi) 등을 압도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디즈니는 주력 사업인 리조트, 영화, 라이센싱 사업이 부진하면서 디즈니+의 영상제작에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로만 서비스하고, 가로세로 화면의 유기적 전환할 수 있는 턴스타일(Turnstyle)을 강조했던 쿼비는 외부활동을 해야 비교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탓에 2조 원 이상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활성화되지 못하는 형국이다.


image.png
넷플릭스의 
사용자 기반
추천 서비스


반면 넷플릭스는 매출의 80-85%를 콘텐츠에 재투자하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서비스함으로써 성과를 내고 있다. 넷플릭스의 선전은 오프라인 영화관의 대체재로서의 이미 학습한 바 있었다는 점, 영화관 개봉이 어려운 작품들을 발 빠르게 흡수했다는 점, 〈인간수업〉,〈킹덤〉 시즌Ⅱ에서 보듯, 효과적인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매일 아침 코로나19 확진자를 확인해야 하는 현재, 코로나19 이후를 논하는 것은 성급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이 코로나19 사태 전반이 야기한 콘텐츠 향유의 변화에 대한 주목이라면 결코 성급한 시도는 아닐 것이다. 콘텐츠 향유의 변화는 새로운 콘텐츠 향유의 가치를 가늠하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시대, 살아내야 할 의지가 필요한 시대라면, 더 당차고 적극적으로 살아내자, 흐림 없는 눈으로!


심서현(2020)|시총 35조’ 네이버의 부활…그뒤엔 ‘한국 뺄셈 해외 덧셈’ 전략, 《중앙일보》
이송렬(2020)|‘창립 15년 카카오 시총, 44년 현대차 넘어섰다’ , 《한국경제》
최홍규(2020)| ‘코로나19 시대 인기 동영상 코드는 오락・지속・단순’, 《한국일보》
김조한(2020)|‘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영상 플랫폼’ ,〈대홍기획 블로그〉
유튜브에서 ‘발견·선택·공유’되는 5가지 기획 전략,
https://www.folin.co/story/901.


무가지 <지금, 만화>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제공하는 계간만화, 웹툰비평지입니다.


클릭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금, 만화> 페이지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