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 많던 웹툰 플랫폼은 어디로 갔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 2020-12-02 14:00

그 많던 웹툰 플랫폼은 
어디로 갔나?

독과점 웹툰 플랫폼, 역할에 충실하고 책무에 민감해야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학과교수

박석환


들어가며

〈지금, 만화〉 편집부에서 전화가 왔다. 몇 년 사이 수없이 많은 웹툰 플랫폼이 등장했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그 많던 플랫폼은 어디로 갔고 사라진 이유는 뭘까,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언급해 달라’며 원고를 청탁했다.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첫째는 ‘웹툰 플랫폼이 많았을까?’였다. 둘째는 ‘웹툰 플랫폼이 줄어든 것이 문제일까?’ 하는 점이었다.


그 많던 웹툰 플랫폼은 어디로 갔나?

결론부터 논하자면 ‘웹툰 플랫폼’은 많지 않았다. 웹툰 붐으로 인해 ‘웹툰 콘텐츠 서비스 업체’가 다수 생겼다가 사라진 것이다. 웹툰 카테고리 진입을 위해, 분류 편의상 ‘웹툰 플랫폼’이라 한데 묶어서 명했을 뿐이다. 이들 중 다수는 자체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보다 대형 웹툰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것을 실전을 통해 체득했을 것이다. 콘텐츠 경쟁력이 있는 업체는 ‘웹툰 콘텐츠 제작사’로, 서비스 경쟁력이 있는 업체는 자체 생산 콘텐츠가 없는 종합몰 형태의 ‘웹툰 콘텐츠 유통사’로 시장에 남았다. 반면, 둘 중 어느쪽의 경쟁력도 없이 초기 자본을 들고 시장에 진입한 업체가 사업을 중단하고 카테고리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섣불리 시장에 참여한 사업자가 손익계산서를 보고 나서도 시장에 남아 있는 것은 사업에 참여한 작가나 관련 업체를 더 불행하게 할 뿐이다. 사라진 것이 문제라기보다 ‘사라지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2016 만화산업백서》에 의하면 2016년 8월 현재 웹툰 전문 정보 사이트 ‘웹툰인사이트’에 등록된 ‘플랫폼’은 총44개였다. 이중 트래픽 조사를 통해 순위를 집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사이트’ 수는 37개였다. 반면, 2020년 6월 현재 웹툰인사이트에 등록된 플랫폼 수는 49개이다. 운영을 중단하거나 폐쇄된 사이트도 포함된 수치이다. 웹툰인사이트는 개인형 콘텐츠 유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포스타입, 딜리헙을 포함해 16개를 주요 웹툰 플랫폼으로 지정했다. 말풍선코믹스, 스푼코믹스, 위비툰, 진코믹스, 코믹지티, 코믹스퀘어, 티테일, 폭스툰, 허니앤파이 등이 2016년 목록에는 있는데 2020년 목록에서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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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기준
웹툰 플랫폼 순위
(출처 :웹툰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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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기준
웹툰 플랫폼 순위
(출처 : 웹툰가이드)


반면, 유사 웹툰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툰가이드’는 2020년 4월 기준 전체 플랫폼 수를 36개로, 주요 플랫폼 수를 19개로 제시했다.
2020년 기준, 웹툰가이드에는 있고 웹툰인사이트의 주요 플랫폼 목록에 없는 곳은 원스토어, 코미코, 케이툰, 코미카, 베틀코믹스였다. 반면 웹툰가이드 목록에 없지만 웹툰인사이트 목록에 있는 곳은 무툰, 애니툰, 포스타입, 딜리헙이었다.

원스토어는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의 통합 웹스토어로 종합몰 형식을 지니고 있다. 코미코는 저스툰과 통합해 위즈덤하우스 웹툰 웹소설 분야에서 운영 중이다. 케이툰은 개설 당시부터 대행사 체제로 운영했으나 케이티의 내부정책 변경으로 자체 운영을 택하면서 연재 중단 문제가 발생했으나 현재는 운영 중이다. 코미카 역시 현재 서비스는 되고 있으나 작품 업데이트는 중단된 상태다. 게임 소재 만화와 자유만화 코너를 기반으로 성장한 베틀 코믹스는 종합몰 형식으로 전환하여 현재 서비스와 업데이트 모두 진행 중이다. 무툰은 무협액션물 기반, 애니툰은 로맨스물 중심의 종합몰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자체 생산보다는 외부 공급사의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2016년 44개였던 것이 36개로 줄었고 콘텐츠 업데이트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은 17~19개이니 ‘플랫폼’ 수가 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16년 정보에서도 20위권 이상의 ‘플랫폼’은 의미 있는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참고로 2013년 레진코믹스를 시작으로 유료 웹툰시장이 열리면서 등장했다가 2016년 이 전에 서비스를 중단한 곳도 12곳이나 됐다. 카툰컵, 키위툰, 커피코믹스 등이다. 산업 내외부적으로 사업 기회가 보이면 자연스럽게 사업 참여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기회를 살리지 못하거나 자기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면 당연히 사업 참여자는 떠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사업 참여자가 줄어들면서 산업 내 어떤문제가 발생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 웹툰은 정말 거기 있을까?

고인이 된 소설가 박완서의 책 제목에서 따온 질문으로 첫 장을 시작했다. 그래서 두 번째장의 제목도 그의 연작 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웹툰 플랫폼이 40개면 많고 20개면 적은가. 어떤 기준에서 적고 많음을 논할 수 있을까. 그보다는 플랫폼이 줄면서 특정 플랫폼에 시장이 집중되고 그로 인해 플랫폼 또는 콘텐츠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서비스를 중단한 플랫폼에 이른바 플랫폼의 다양성을 대표할 수 있는 색다른 운영정책이나 수익모델이 있었을까? 또 혹자들이 원하는 지금 이 곳에 존재해야 하는데 시장의 문제로 등장하지 못하는 작품이 있었을까? 무엇보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것은 공급자 중심 시장이 아닌 소비자 중심 시장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곳을 대상으로 다양성 문제를 지적 할 수 있을까?

먼저, 플랫폼이라는 용어를 살펴 봐야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것은 과도한 시장점유율, 즉 독과점 환경 하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선문대 노규성 교수는 체스브로의 말을 빌려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것은 ‘플랫폼이 가치 창출과 이익 실현의 중심인 비즈니스 모델’이라 했다. 또 최병삼의 말을 빌려 ‘여러 참여자가 공통된 사양이나 규칙에 따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토대로서 플랫폼을 활성화할수록 사업의 기획 포착과 창출, 비용 절감을 할 수 있으며, 참여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개별 참여자의 사업 기회가 체증하는 선순환 효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즉, 웹툰 플랫폼이란 웹툰이라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최대 숫자의 참여자(웹툰 생산자와 소비자 그룹)를 모아 ‘네트워크 외부 효과(Network externality)’ 또는 ‘수요 측면의 규모의 경제(Demand-side economies of scale)’를 만들어내 수익성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이는 네트워크가 크면 클수록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줄 수 있어서 가장 몸집이 큰 기업이 경쟁 우위에 있게 되고 한번 우위를 점한 기업은 수확체증의 법칙(Increasing Returns of Scale)에 따라 지속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웹툰 플랫폼’이란 용어에는 태생적으로 독과점 기업의 욕망이 드러나 있다. 특정한 가치를 발굴해 참여 네트워크를 극대화 시켜야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이 작동한다. 저마다 시장의 지배자가 되겠다고 카테고리에 뛰어들었다가 동조 그룹을 형성하지 못하고 소멸한 것이다. 이는 모든 웹툰 콘텐츠 서비스를 플랫폼이라 이름 할 수 없는 이유이고 대형 웹툰 플랫폼에 집중화 되는 현상을 문제 시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업의 특징이 그렇고 그들 역시 그 같은 욕망에서 출발했다.

초창기 웹툰 서비스는 대규모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포털사이트에서 출발했다. 현재도 이동통신사, 메시징 서비스 업체, 게임 플랫폼 업체 등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미 가진 회원기반을 토대로 초대형 네트워크를 단기간에 구축할 수 있는 업체들이었다. 물론, 수요자의 새로운 가치를 빠르게 선점해 기회를 창출한 쪽도 있다. 이는 네트워크의 힘이라기보다는 콘텐츠의 힘이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정리하자면, 우리 사회의 다소 경직된 도덕률로 인해 생긴 빈틈을 포착해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자회사가 일궈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네이버웹툰(네이버), 다음웹툰, 카카오웹툰(이상 카카오), 케이툰(KT), 코미코(NHN), 버프툰(NC)을 제외하면 레진코믹스, 탑툰, 투믹스, 봄툰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사업의 공익성 측면에서 기존 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 왔다. 또 경직된 우리 사회의 도덕률로 인해 성인들의 볼거리가 제한된 측면이 있었고 그에 따라 감춰졌던 소비 수요가 있었다. 이들은 이 수요자들을 찾아내 ‘취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성인용 유료 웹툰 플랫폼’이라는 지위를 얻어낸 것이다.

반면, 딜리헙과 포스타입이 찾아낸 기존 사업자의 빈틈은 생산자(작가)의 진입장벽이다.
콘텐츠 소비자의 수요를 찾았다기보다는 콘텐츠 생산자의 수요를 찾았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주류 웹툰 플랫폼은 근본적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마켓’이라기보다는 ‘유통사 주문형 상품’을 판매하고 생산자와 유통사가 수익을 나누는 구조이다. 유통사의 주문을 받을 수 없거나 주류 플랫폼을 거부하는 콘텐츠 생산자는 참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누구나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플랫폼의 입장에서야 팔려는 사람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고 그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사려는 이를 네트워크 안으로 유입시키지 못하면 의미를 잃게 된다. 창작자 또는 작품으로 자체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이들, 이른바 창작자나 작품이 곧 플랫폼인 사례를 자신들의 플랫폼 안으로 유인하지 못하면 금방 정체될 것이다.

다음 문제는 플랫폼 수가 줄면 플랫폼의 다양성이나 콘텐츠의 다양성이 훼손되는가, 하는점이다. 이미 사라졌거나 현존하는 웹툰 플랫폼은 대동소이하게 무료 서비스로 사용자를 유인하고 유료 서비스로 수익을 얻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신규 플랫폼의 등장이 기존 플랫폼의 세밀한 내부 운영정책을 변경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가령 B플랫폼이 무료로 제공하는 콘텐츠 회차를 늘리거나 작가에게 지급하는 회당 최저고료를 상승하면 A플랫폼도 이를 조정하는 식이다. 플랫폼 다양성 측면의 논의는 보다 심도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이 논고에서는 콘텐츠 다양성 측면을 살펴 보는 것으로 한다.

통상 시장이 좋고 콘텐츠 생산성이 높으면 소비 수요가 명확한 장르에 생산이 편중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차별성을 강조한 이른바 다양성 장르가 확산되는 시기도 이때다. 시장이좋아서 소비 기대 심리가 높아졌을 때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진다. 즉, 시장의 생산역량이신장되는 시기라면 콘텐츠의 다양성은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질적인 논의가 이뤄져야겠으나 지면과 자료의 한계가 명확한 만큼 양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검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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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간 누적 작품과
신규 작품 변화 추이
(출처 :웹툰가이드)


웹툰가이드에 의하면 2020년 4월 현재 각종 플랫폼에 등록 된 웹툰 콘텐츠의 누적 작품수는 12,315종이다. 작가 수는 8,588명이다. 연재 중인 콘텐츠는 1,602종, 작가 수는 2,077명이다. 연재 중인 콘텐츠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플랫폼’ 숫자가 가장 많았던 2016년이다.

역대 최고치인 2,049종이 연재됐다. 이 시기에 비하면 2020년 연재 중인 콘텐츠 숫자는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전년도와 비교하면 15.5% 상승했다. 연재 숫자로만 웹툰산업을 본다면, 가장 많은 콘텐츠가 연재됐던 2016년을 기점으로 좌우가 완만한 산 모양의 그래프가 그려진다. 플랫폼이 많았던 시기에 역대 가장 많은 콘텐츠가 생산된 셈이다. 앞선 논의대로라면 생산량이 가장 많았던 시기가 가장 다양성이 높았던 시기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같은 자료로 생산 측면이 아니라 수요 측면을 가늠해 보면 논점은 달라진다. 당해 연도 콘텐츠 생산량이 소비 수요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한 것이라면 그 다음 해 생산량은 전년도 소비 실적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보면 흐름이 달라진다. 2012년 204종에 불과했던 웹툰 콘텐츠는 2013년 레진코믹스, 탑툰 등이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전년 대비 94.61% 증가한 397종으로 늘었다. 2014년에는 786종으로 무려 97.98% 증가했다. ‘유료 성인 웹툰 붐’이 불던 시기다. 이 시기에 수없이 많은 플랫폼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신작 생산율이 가장 높았고 그만큼 소비 실적도 높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수치이다.

반면, 가장 많은 콘텐츠를 생산했던 2016년은 전년 대비 46.6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과도 생산기로 접어든 것이다. 신규 소비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급자 주도형 콘텐츠 생산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투자자들만의 밴드 웨건 효과(Band wagoneffect)가 발생한 것이다. 이 시기 다양성 웹툰이 빛을 발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지만 회의적이다. 이 때 투자자들을 모은 것은 ‘유료 성인 웹툰 붐’이었다. 하지만 이도 얼마가지 못했다. 밤토끼 등 웹툰 불법 서비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2017년, 2018년은 신작 생산이 크게 감소했다. 가장 많은 콘텐츠를 생산한 해이지만 상대적으로 소비 실적도 낮았다고 봐야할 것이다. 성인 웹툰에 편승했던 여러 플랫폼들이 운영을 중단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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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전년 대비
신작 증가율
(단위 : %)


그러나 2019년과 2020년에 들어서면서 전년 대비 신작 생산율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1/4분기만에 전년도 수치를 15.5% 넘어섰다. 플랫폼 숫자는 감소했지만 콘텐츠 생산 측면에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 실적이 반영된 수치라 봐야 할 것이고 이 같은 토대 위에서 다양성 웹툰에 대한 도전적 실험도 가능해 질 것이다. 지금 이 곳에 존재해야 하는데 시장의 문제로 등장하지 못한 콘텐츠가 있다면 지금이 그런 작품이 등장할 시기다.


독과점이 문제라기보다는 독과점 플랫폼의 역할이 문제

플랫폼이라는 것은 본시 독과점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고 그래야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웹툰가이드 자료에 의하면 네이버웹툰의 웹툰 카테고리 내 페이지뷰 점유율은 53.8%이다. 웹툰 서비스를 처음 개시했고 현존하는 대부분의 운영정책을 제안한 것으로 평가 받는 다음웹툰의 점유율은 3.5%에 불과하다. 사용자 참여 웹툰(나도만화가-웹툰리그, 도전 만화/베스트도전)을 기반으로 본 연재를 하는 형태, 요일제 연재와 미리보기/다시보기 유료화를 진행하고 있는 웹툰 플랫폼 중에서는 네이버웹툰이 다음웹툰을 제치고 독과점 플랫폼의 지위를 얻었다.

반면, 개인이나 작가가 아니라 웹툰 에이전시, 제작사, 출판사 등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모으고 ‘기다리면 무료’라는 시간제 유료 서비스 방식을 도입한 종합몰 형태에서는 카카오페이지가 독과점 플랫폼의 지위를 얻었다. 네이버웹툰이 네이버시리즈를 발표하면서 또 한번 ‘따라잡기’에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웹툰 카테고리 내에서 독과점 플랫폼 지위를 얻은 두 회사는 콘텐츠의 형식만 같을 뿐 전혀 다른 형태로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사용자들에게 다른 가치를 제공해 플랫폼이 된 것이다. 두 회사가 과도하게 시장을 점유해 중소 플랫폼이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시장의 틈새와 수요자의 색다른 가치를 찾아 내 플랫폼 지위를 획득한 중소 플랫폼이 있는 만큼 독과점 플랫폼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장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잘 못 읽은 사업 참여자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또 중소 플랫폼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웹툰 콘텐츠의 다양성이 훼손 될 수있다는 의심에도 동의할 수 없다.

양대 플랫폼은 400종 내외의 독자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특정 인기작을 중심으로 장르 쏠림 현상이 있을 수 있지만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수요자의 구성비가 다양한 만큼 작품 간 핵심 수요층과 소재의 차별성이 작품 편성의 기본 원칙이다. 수요자의 모수 자체가 커서 콘텐츠의 성격을 동전 쌓기 하듯 한 장르로 줄 세울 수는 없다. 또 네이버시리즈와 카카오페이지는 이른바 종합몰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웹툰산업협회 자료에 의하면 양대 플랫폼에 만화와 웹툰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업자는 1,535개사이다. 한국어로 된 거의 모든 만화와 웹툰 콘텐츠가 두 곳에서 유통된다고 볼 수 있고 여기에는 플랫폼 사업을 중단한 업체나 현재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 콘텐츠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면 독과점 플랫폼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의 다양성을 따져봐야 한다.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를 이론적이나 현실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면, 그 다음 문제는 독점적 지위를 얻은 플랫폼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느냐 일 것이다. 20세기 말을 떠올려 보자. 당시 국내 만화산업은 《영점프》 《영챔프》로 대표되는 코믹스가 주류였다. 학원 폭력물과 선정적인 성애물이 범람한다며 지탄을 받았고, 21세기 초입에 만화시장을 웹툰에 넘겨줬지만 근 20여 년 간 호시절을 누렸다. 코믹스 잡지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군 이들의 네트워크는 웹툰의 시대에도 일정 수준 작동하고 있어서 현재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코믹스 시대를 대표했던 양대 메이저 출판사(대원+학산, 서울)는 과도한 일본만화 수입출판, 유사 장르 중심의 밀어 찍기 등으로 당시에는 업계 내외부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시장이 좋고 장르 편중이 심했던 그 시기에 한국만화의 다양성은 빛을 냈고 좋든 싫든 그들이 후원자 역할을 했다. 출판사 당 3~5종의 연령대별 잡지를 내며 신인만화 공모전을 통해 작가를 발굴했고 1995년 관 주도로 처음 열렸던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큰 손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최초의 언더그라운드 만화잡지 《봄》을 발행하고 유통한 곳이 대원이고, 본격적인 여성주의 만화잡지라 할 수 있는 《나인》을 창간한 곳이 서울문화사였다. 한국만화의 예술성을 증명해온 두 거장 중 서울문화사에 백성민이 있었다면 대원에는 박흥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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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잡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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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잡지 《나인》


화연구원이 발행하는 만화평론지 《코코리뷰》의 제작을 지원하기도 했고, 극심한 경쟁관계 속에서도 한국만화의 세계 시장 진출이라는 대의에 동참해 수출업무를 전담하는 일원화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시장의 지배자로서 비판을 받았고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만한 역할과 책무를 수행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말이다.

반면, 웹툰의 시대에 독과점 사업자임에 분명한 양대 플랫폼은 어떤 역할과 책무를 지니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다양한 유형의 플랫폼이 공생할 수 없다면 과점 형태의 플랫폼이 자율적인 방식으로 업계와의 상생 네트워크를 통해 생태계 내의 문제를 스스로 찾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신인작가 발굴 및 육성 측면, 창작자 수익 활성 및 다각화 측면, 웹툰IP(지식재산) 활용 확대 및 활성 측면, 해외 시장 진출 및 소비 활성 측면 등에서는 현재 양대 플랫폼 사업자가 어느 누구보다 적극성을 지니고 잘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연재작가의 복지 측면, 창작 스텝의 노동환경과 직업 안정성 측면, 콘텐츠 공급사와의 수익배분 및 권리계약 측면, 웹툰 불법 서비스에 대한 기술적 방어와 차단 조치 측면, 글로벌 웹툰 제작과 유통을 위한 표준화 마련, 웹툰 창작과 소비 인식 개선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과 프로모션, 차세대 웹툰 작가 및 프로듀서 육성을 위한 지원, 웹툰 표현의 자유문제와 유통 제한 등에 있어서는 책임 있는 과점 사업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는 상당부분 정부의 법제도적 정책 노력에 의해 추진되어야 할 사안들이지만, 시장을 주도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정부와 과점 사업자가 머리를 맞대야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 전체에 대한 지원과 통제정책을 마련해가야 한다. 이런 항목들이 다소 무겁게 여겨진다면 손 쉬운 개선 지점도 있다.

양대 플랫폼이 진행하고 있는 랭킹 서비스, 조회순/업데이트순 콘텐츠 표시, 배너 홍보, 무료 이벤트 정책 등이다. 랭킹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인기 작품을 인식시키고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보면 더 많은 작품으로의 접근 기회를 차단하는 것일 수 있다. 조회순/업데이트순은 생산자(작가)간 경쟁을 유발하는 것으로 컷 수를 과도하게 늘림으로서 주간 연재 노동자의 심신을 위협하고 있다. 특정 작품에 집중되는 배너 홍보나 무료 이벤트도 기업의 경영적 판단으로 봐야겠지만 일정 정도의 공정한 원칙이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플랫폼은 사업자가 공들여 조성한 사유재산이다. 누구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독과점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해당 생태계의 공적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플랫폼이 채워둔 수요자 네트워크의 자물쇠(Lock-in effect)는 웬만해서는 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웬만함을 넘어서는 경우 플랫폼 수요자들은 순식간에 전환비용을 지불하고라도 새로운 플랫폼을 찾을 것이다.


노규성 |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북스
                『경영정보시스템』(공저, 2010),
                『스마트워크 2.0』 (공저, 2011),
                『스마트융합 비전과 국가전략』(공저, 2012), 
                『혁신과제 품질관리 매뉴얼』(공저, 2007) 등이 있다. 
               “스마트워커의 역량모델에 관한 연구”,
               “지식경영 확산을 위한 정책적 과제”,
               “A Exploratory Study on Election Campaign Strategy
                in Korea by using Big data” 등 다수의 연구논문과 보고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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