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갑작스러운 재봉쇄 상황을 맞이한 프랑스 서점과 문화계

윤보경 | 2020-11-17 09:21

갑작스러운 재봉쇄 상황을 맞이한 프랑스 서점과 문화계  

 

윤보경

 
프랑스는 9월 새 학기에 들어서면서 그 동안 정상적으로 치러내지 못했던 다양한 문화 이벤트, 전시, 행사, 프로젝트 등을 다시 진행했다. 되도록 비대면을 통해 프로젝트가 이뤄지도록 지자체 및 정부는 조언했지만, 사람들과 자유롭게 대면하고 직접 장소에 찾아가는 것을 선호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성향은 그대로였다.

10월에 들어서며 프랑스 정부는 감염병 상황이 심각한 대도시 (파리, 마르세이유, 리옹, 릴 등)에 야간 통행금지령, 경계령 등을 내렸으나, 10월 말이 되자 1~2만 명 가량 머물렀던 하루 확진자 수는 5~6만 명까지 치솟았다. 감염병 전문가 및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팬더믹 상황이 컨트롤 가능한 반경을 벗어났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사람들은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해 커다란 불만과 불신을 갖고 저항했다. 마스크 미착용, 안전거리 미준수와 같은 단순한 위반부터 가족 모임, 대학가 파티 등 상황을 직접적으로 악화시키는 행동들까지 계속되며, 점점 추워지는 날씨를 맞이하고 있었다.

결국 11월을 몇 일 앞둔 저녁,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봄에 있었던 전국 이동제한령카드를 꺼내 들었다. 심각해진 감염병 확산세를 잠재우기 위해서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여겼던 것 같다. 최소 12월초까지, 필수적인 용건을 제외한 외출은 제한되었다. 프랑스 국민을 향한 대담화 형식으로 통보되었고, 갑작스런 이번 조치는 11, 연말에 예정되었던 모든 문화 행사에 제동을 걸었다. 기존에 문을 열었던 전시장은 모두 폐장되었고, 관련 행사나 이벤트는 기약 없이 다시 미뤄지거나 취소되었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되어서야 강력한 조치가 내려질 거라 생각했던 관계자들은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곤혹스러움과 불만을 드러냈다.

 11-1.jpg
▲ 프랑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바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대국민 담화가 있었던 수요일 저녁(10 28)부터 재봉쇄가 시작되는 금요일(30)까지, 목요일 하루 평범한 날이 있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당분간 갖기 어려울 자유의 날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아침부터 바쁘게 거리를 누볐다. 당분간 문을 닫게 될 노천 카페, , 음식점에는 사람들이 넘쳤다. 그 와중에 서점에도 사람들이 붐비고, 계산대에는 길게 줄을 늘어섰다. 그들은 이동제한령 이후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읽을 거리를 많이 구입해놓아야 한다는 이유를 대며 어디에서도 찾아 보기 어려울 책 사재기를 했다. 몇몇 서점 관계자들은 하루 종일 크리스마스 이브 같이, 사람들이 계속 몰렸다고 증언했다.


11-2.jpg
▲ 계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선 서점

 
 11-3.jpg
▲ 책 사재기를 전하고 있는 일간지 르빠리지앵

 
프랑스 사람들은 현 상황을 비춰볼 수 있는 도서에 관심이 많다. 작년 노트르담 성당 화재가 있고 난 이후에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이 베스트 셀러에 올랐고, 지난 봄의 이동제한령 당시에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가 널리 읽히기도 했다.
프랑스 사람들의 독서 습관은 봉쇄령이 내려진 현재 상황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강제 휴업령을 갑작스레 맞이하게 된 지역 서점들이 입은 타격은 크다. 문 닫은 서점을 대신해 사람들은 앞으로 아마존이나 대형 인터넷 마켓 등에서 책을 구매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지역 유지 등은 골목 상권을 지지하기 위해, 동네 서점의 픽업 서비스를 이용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11-4.jpg
▲ 전화 혹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주문 후 서점 앞에서 물건을 픽업하도록 하고 있는 서점
 

서점의 문제는 서점에서 끝나지 않는다. 서점이 문을 닫게 되면 책 배급사, 출판사, 인쇄소, 작가 등이 줄줄이 영향을 받는다. 이미 지난 봄의 이동제한령으로 인해 미뤄지고 꼬였던 신간 출간 스케쥴은 다시 엉망이 되었다. 만화 페스티벌 등에서의 대면 책 판매가 주된 수입원이었던 소규모 출판사들은 취소된 만화 페스티벌의 영향을 받아 휘청거리고 있다. 이미 계약된 책 출간 등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프로젝트 출간 계획을 세울 리 만무하다. 문닫은 서점들은 출판 생태계에 있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할로윈 시즌이 지나고 나면 출판계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준비한다. 출판계에게 책 판매 대목기간인 크리스마스 시즌은 가장 중요한 이벤트이다. 하지만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서점들은 크리스마스 전에 닫힌 문을 열 수 있게 될지, 인쇄소는 정상적으로 영업이 가능할지, 11월에 밀린 신간들과 12월의 신간들이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출판계는 답이 내려지지 않은 질문들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